중국이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과거 인권 문제 등 목소리 내며 중국 압박
2022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주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중국이 유난히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30년 이상 계속된 펠로시 의장의 ‘대중 매파’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전해진 후부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관련 문제로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관영매체들도 대만 방문이 “절대 밟아선 안 되는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기관지에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시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글이 실렸다. 중국의 관변 논객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토록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가 가지는 상징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서열 3위 인사다. 그가 대만을 방문할 경우 지난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이후 대만을 찾는 최고위급 인사가 된다.
펠로시 의장이 민주당의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로 꼽힌다는 점도 중국으로선 눈엣가시다. 중국 정부와 펠로시 의장의 악연은 무려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당시 4년 차 하원의원이었던 펠로시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톈안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돌발 시위를 벌였다. 그는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동료 의원 및 기자들과 톈안먼 광장에 들어가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다가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다. 또 1997년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그를 “폭군”이라고 부르며 장 주석이 있던 건물 밖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중국을 압박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02년 후진타오 당시 중국 부주석에게 구금된 중국·티베트 활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를 전달하려 했다. 이에 실패하자 펠로시 의장은 7년 후 주석이 된 후진타오에게 류샤오보 등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신을 직접 전달했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인물로, 2017년 구금된 상태에서 간암으로 사망했다. 중국이 대만 문제만큼이나 신경 쓰는 곳 중 하나가 티베트 지역인데, 펠로시 의장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꾸준히 교류하고 티베트인 권리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점도 중국으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펠로시 의장은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의 올림픽 유치도 꾸준히 반대해왔다. 그는 지난 2008년 중국이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촉구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에도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등을 이유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했다. 이에 중국 측은 “거짓말과 허위 정보가 가득하다”며 펠로시 의장을 맹비난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대만 식품 기업에 무더기 ‘수입 중단’ 조치”…펠로시 대만 방문 보복 의심
- ‘펠로시 대만 방문’에···뉴욕증시, 하락 마감
- “중국, 펠로시 대만 방문시 대만에 비행금지구역 설정 가능성”
- 로이터통신 “펠로시 의장, 오늘밤 대만에서 보낼 것”
- 중국, 대만·펠로시 겨냥 ‘건군절 무력 시위’
- “사과해” “손가락질 말라” 고성·삿대질 난무한 대통령실 국정감사 [국회풍경]
- 수능 격려 도중 실신한 신경호 강원교육감…교육청·전교조 원인 놓고 공방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이러다 다 죽어요” 외치는 이정재···예고편으로 엿본 ‘오겜’ 시즌2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