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병준 "尹 참모 지금 바꾸면 역효과, 후임자는 눈치만 볼 것"
정부 임명직 고위 인사에 대해선 시간 더 주고 기다려야
자주 인사하면 인재 구하기 어려워지고 후임자는 눈치만 봐
권성동까지 물러나면 사태수습 누가 하나, 비대위 출범 우선
관료 서랍속 대안으론 위기 극복 어려워, 민간 인재도 섞어야
인플레이션은 대중 민주주의 결과, 고물가 상당 기간 지속돼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사진)은 2일 여권 일각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새 정부 출범 100일도 안된 지금 시점에 참모들을 바꾸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임명직(고위 인사)에 대해선 시간을 조금 더 주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교체론에 대해서도 “원내대표가 없으면 비상대책위원장도 임명할 수가 없다”며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전 부총리는 “관료들이 서랍 속에 준비해 놓고 있는 전통적인 대안으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기업, 학계 등 민간 사이드의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대선 당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새정부 출범 후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역임했지만 선거 당시 “새정부 공직은 일절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정치·경제 현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종종 조언하는 관계로 현재 당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 “결국 국민들의 시선이 중요하다”며 “인사 문제가 가장 크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하락의 이면엔 경제 문제가 있다”며 “물질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정부가 조금만 잘못해도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보름 전 인터뷰 약속을 잡을 당시만 해도 “대통령실과 당에 쓴소리 좀 해야 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채찍’보다는 ‘당근’을 더 많이 내놨다.
대통령실실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스텝(참모)들이 완벽하게 짜여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더니 “임명직들에 대해선 시간을 조금 더 주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여정부 초기 2년간 청와대(현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그는 “청와대(대통령실) 초기엔 조직 내부에 여러 형태의 벽이 많다”며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고 팀워크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통령실 참모와 같은 임명직을 수시로 교체하면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후임자로 능력 있는 사람을 모셔오기가 어렵게 되고 임명된 후임자도 소신껏 일하지 못하고 동료나 언론의 눈치만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진 민주국가들이 문제가 생기면 일단 돈을 풀고 국채를 남발해 전 지구적으로 통화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고물가 구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으며 우리 사회에 내재한 거의 모든 문제들을 건드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부총리는과거에 없던 이런 새로운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팀을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옛 재무부(現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의미하는 ‘모피아’들이 경제라인 인사를 독식한다는 비판에 대해 “상당히 일리있는 지적”이라며 “행정적으로 유능한 모피아들은 실무 부서에 자리잡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료들이 서랍 속에 준비한 전통적인 대안으로는 과거에 없었던 현재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재계와 학계 등 민간 사이드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고 했다.
당에 대해선 주로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당의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이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다”며 “이 정도면 (국민의힘은) 자생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선 “민주주의에서 최선책은 당과 국회가 중심을 잡고 대통령과 행정부가 뒷받침하는 체제”라면서 “하지만 당이 혼란스럽고 정책 역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대통령이 앞장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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