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원에 '강제징용' 의견서 낸 외교부, 정작 피해자들은 몰랐다
정제윤 기자 2022. 8. 2. 11:27
한·일 간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일본 강제징용 문제입니다. 외교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고, 한일 양국이 외교적 협의 등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만들었습니다. 이 의견서를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강제징용 문제는 행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상 사법부의 개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JTBC 취재 결과, 외교부는 이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원고(피해자) 측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교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원고(강제징용 피해자) 측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는 과정에 피해자 측과 상의도 하지 않은 겁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JTBC에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낸 사실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감출 게 없다면 피해자 측에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일부 피해자는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외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부정적 견해들을 인용한 의견서를 만들어 대법원에 제출했고, 이게 결국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진 바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전례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르면 오는 9월 가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할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현금화가 시작될 경우 한·일 관계가 또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막혀 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일 간에는 현금화가 시작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습니다. 외교부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과정에 대한 투명성조차 보장되지 않아 제대로 된 '외교적 노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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