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대북정책 일탈과 사법 단죄

김충남 기자 2022. 8. 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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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수역 지정을 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2012년 대선에서 '사초(史草) 실종' 사건으로 비화했다.

2019년 2월 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의 전환 계기가 필요했던 문재인 청와대가 11월 26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려는 의욕이 앞서 강제 북송에 나섰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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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부장

지난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손을 높이 치켜드는 장면은 말 그대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런데 2002년 말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대북 비밀 송금 의혹을 제기해 충격을 줬다. 북한에 건네진 4억5000만 달러(1억 달러는 회담 성사 대가)가 국가정보원 계좌를 통해 비밀리에 송금됐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2004년 3월 28일 대법원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4명에 대해 “피고인들이 재정경제부·통일부 몰래 북한 측에 4억5000만 달러를 보낸 행위 자체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자체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닌 ‘통치 행위’로 심사 대상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이뤄진 대북 비밀 송금은 사법적으로 판단해야 할 행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소 진통이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친 뒤 실정법 범위 내에서 북한에 돈을 보내고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정치적 선택의 한 방법일 수 있다”고 권고했다. 남북 화해와 평화체제 구축, 통일 등 민족 대의를 위한 통치 행위라 하더라도 절차적 적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였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수역 지정을 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2012년 대선에서 ‘사초(史草) 실종’ 사건으로 비화했다. 정상회담 회의록 초안 삭제 혐의를 받은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은 10년간 5차례나 유무죄가 엇갈린 끝에 지난달 28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회의록 초안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으며, 그 초안에서 문제가 된 발언을 삭제한 사실을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임기 말 대북 성과에 급급해 도를 넘어선 발언 기록을 무리하게 없애려다 실정법을 위반하고 말았다.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2019년 11월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이 고발되면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어민 북송 사건은 동료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해도 귀순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면 국내에서 사법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도 법적 근거 없이 강제 북송했다는 게 핵심이다. 2019년 2월 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의 전환 계기가 필요했던 문재인 청와대가 11월 26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려는 의욕이 앞서 강제 북송에 나섰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구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이유도 문 대통령이 정세와 맞지 않는 종전선언에 집착한 점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문 정부 대북 사건 수사는 팩트 확인과 진실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문 정부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절차적 정당성을 희생시킨 건 아닌지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역대 진보정권의 대북 정책 일탈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일탈을 국민 합의 속에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 등에 나서야 한다는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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