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김윤신 '지금 이 순간'

기자 2022. 8. 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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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잡념을 모두 지워버리고, 마음과 머릿속을 깨끗이 비우는 습관을 갖게 됐다. 무념(無念)의 맑은 상태에서 여러 날을 오가면서, 널려 있는 재료들을 들여다본다. 단단하고 거친 원목과 돌은 어느새 따뜻하고 힘찬, 그러면서 유연한 소재로 탈바꿈한다. 내 작업의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재료와 작품 하나하나에 온 정신이 주입되고, 나는 그 작업 속에 파묻혀버리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작품과 내가 하나 되는 순간이다." 한국 1세대 조각가로, 아르헨티나에 정착해 나무와 돌을 주재료로 작품 활동을 하는 김윤신(87)이 창작 과정을 설명한 말이다.

나무 조각에 물감을 묻혀 선 하나하나를 찍어내듯이 그리는 그림도 병행하는 그는 "내 회화는 영원한 삶의 나눔이 주제다. 그 본질은 사랑이다. 내면에는 원초적 생명력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것을 향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영혼의 소리가 다양한 색상의 파장으로 선과 면을 이뤄 사랑과 나눔을 표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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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잡념을 모두 지워버리고, 마음과 머릿속을 깨끗이 비우는 습관을 갖게 됐다. 무념(無念)의 맑은 상태에서 여러 날을 오가면서, 널려 있는 재료들을 들여다본다. 단단하고 거친 원목과 돌은 어느새 따뜻하고 힘찬, 그러면서 유연한 소재로 탈바꿈한다. 내 작업의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재료와 작품 하나하나에 온 정신이 주입되고, 나는 그 작업 속에 파묻혀버리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작품과 내가 하나 되는 순간이다.” 한국 1세대 조각가로, 아르헨티나에 정착해 나무와 돌을 주재료로 작품 활동을 하는 김윤신(87)이 창작 과정을 설명한 말이다.

나무 조각에 물감을 묻혀 선 하나하나를 찍어내듯이 그리는 그림도 병행하는 그는 “내 회화는 영원한 삶의 나눔이 주제다. 그 본질은 사랑이다. 내면에는 원초적 생명력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것을 향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영혼의 소리가 다양한 색상의 파장으로 선과 면을 이뤄 사랑과 나눔을 표현했다”고 한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전공한 그는 워낙 나무를 좋아해 1970년대에는 한국의 적송(赤松) 등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상명대 교수로 재직하던 1983년 그는 아르헨티나로 이민한 조카를 만나러 갔다가 ‘푸르고 광활한 자연 풍광과 아름드리 나무들’에 매료돼, 1984년 삶의 터전을 현지로 옮겼다. “나무를 자르다 보면, 그 안에 뼈가 있고, 혈관이 있고, 생명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그가 “싱싱하게 살아 있는 나무의 생명력을 끄집어내는 작업”의 결실이 ‘합이합일(合二合一) 분이분일(分二分一)’ 연작 등이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2008년 ‘김윤신미술관’도 개관한 그가 한국·아르헨티나 수교 60주년 전시회를 지난 7월 8일 서울 성북구 성북로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시작했다. 우주와 인간 등 모든 존재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상징화한 회화 ‘지금 이 순간’ 연작 23점, “통나무를 베고 잘라 수없이 많은 면이 생겨도 그것은 하나”라는 신념을 형상화한 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 14점 등 신작을 선보인 자리로, 오는 7일 끝난다. 한국에선 7년 만인 그의 개인전 작품 앞에 서면, 발길이 오래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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