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 욕 플랫폼'에.."욕은 범죄" 영상 재조명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온라인 인민재판이 될 수 있다” “강성 지지자들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행태”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온라인상에는 이 의원이 자신을 향한 비난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이 자신에 대한 민감한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인 영상, 자신에게 욕을 한 시민에게 “욕은 범죄다”라고 말한 영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된 이 의원의 발언은 지난 주말 경북 안동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개인 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해결책으로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해보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 공간을 만들어 당 지도부의 공식 답변도 하게끔 하고, 당원의 의사를 물어볼 수 있게 전당원대회 정기 개최 등을 해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의 공약 취지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 공간을 만들자였으나, 당내에서는 이 의원의 발언 중 ‘욕설’에 집중하며 비판에 나섰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고, 박용진 의원은 “자신과 반대 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쓴소리를 자주 내는 조응천 의원은 “강성 당원들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군에 속하는 저로서는 영업사원 실적 막대그래프를 쳐다보는 것 같아 ‘쫄리지’(겁먹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상민 의원은 “강성 지지자들에게 편승하고 이용하려는 얄팍한 행태’라고 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후보 측은 1일 입장문을 내고 “당원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의사결정 직접 참여를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제안한 것”이라며 “이를 ‘의원 욕할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은 발언 일부만을 갖고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온라인 플랫폼 발언 논란에...재소환 된 ‘영상들’
온라인에서는 특히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설립 취지 자체는 좋지만, 과연 ‘이 의원이 자신을 향한 비난과 욕설을 견딜 수 있을까’라며 우려를 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이 의원이 그동안 방송과 유세 현장 등에서 보여준 태도다.
2018년 6월13일. 이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방송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배우 스캔들’ 등으로 선거 기간 동안 곤욕을 치른 이 의원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뜻”을 묻자, “그런 가정을 들어 얘기한 적이 없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 의원은 당선 소감으로 “제가 책임져야 될 부분에 대해서 확고하게 책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JTBC와의 인터뷰 이후 이 당선자는 대변인에게 “엉뚱한 질문만 한다”, “예의가 없다”며 “더는 인터뷰 요청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급기야 “약속을 어기면 끊어버리겠다”고 예고까지 했다. 실제로 인터뷰가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어진 MBC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선거 막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하자, 이 의원은 “잘 안 들린다. 열심히 하겠다”며 귀에 착용하고 있던 인이어 이어폰을 뺀 뒤 인터뷰를 끊었다. 당시 온라인상에는 “너무 신경질적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자신에게 욕하는 시민을 따라가 “욕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5월19일 유튜브 채널 ‘이재명’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5월 18일 지방선거 유세를 하는 도중 지나가는 차량에 탄 한 시민이 창문을 내리고 이 의원에게 욕설을 했다. 이 의원은 참지 않고 해당 차량을 손으로 두드리면서 쫓아가 “욕하는 건 범죄행위다. 다 채증하고 있으니까 조심하시라. 싫어하든 좋아하든 욕하는 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욕하는 게 범죄라는 사실을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어쩌자고 형수님께는 그런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으셨냐”며 “성남시장 시절부터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과 싸우는 게 일상이셨던 걸로 아는데, 국민들께서 ‘그 버릇 어디 가나’ 혀를 차시겠다”고 했다. 이 의원 측 정진욱 대변인은 “이 의원이 거리 유세를 방해하는 ‘길거리 욕설’을 제지하자 국민의힘은 이 후보 어머니 폭행의 아픔을 또다시 선거에 꺼내들었다”며 “경박한 처신과 패륜적 발언이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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