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언데드, 절대반지를 향한 탐욕"..사퇴하고도 표결한 배현진 등 겨냥

국민의힘 최고위원직 사퇴 선언을 했던 배현진(오른쪽), 윤영석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의 징계 이후 각 지역을 돌며 당원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27일 경북 울릉군 울릉도 방문을 마친 후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일각에서도 "환멸, 분열, 꼼수" 등 비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해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한 당 지도부를 향해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반발했다. ‘절대반지’는 유명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권력투쟁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소재로, 당 내부의 현 상황을 이에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합니다’라고 7월 29일에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하는군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거론한 최고위원은 지난 달 29일 최고위원단 가운데 가장 먼저 사퇴 선언을 한 배현진 의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 의원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사퇴 선언 후 표결 회의에도 참석한 배 의원을 향해 ‘언데드’(undead, 죽지 않는)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글에서 "물론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가 나온다"며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비꼬았다. 이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주재로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에는 배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사퇴 의사를 밝힌 윤영석 최고위원과 지명직 성일종 정책위의장까지 전체 재적 위원 7명 중 4명이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다. 최고위가 소집을 의결한 전국위 등을 통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해제와 상관 없이 당대표 업무 복귀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도 이번 최고위 표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당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강력하게 비난했었는데, 이제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사퇴’ 쇼를 목도하게 되니 환멸이 느껴질 따름"이라며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뻔뻔하게 원내대표직은 유지해 지도부의 한 자리를 붙잡고 있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그 욕심이 국가와 국민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SNS 글에서 "무엇이 급한지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지금의 논의방향이 혼란의 종식이 아니라 혼란을 더 조장하는 분열로 가는 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도 ‘비대위 추진은 당헌 위반’이란 글을 올리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꼼수를 당장 중단하시고 책임지는 자리에서 내려오시기 바란다"며 "꼼수 비대위로 당 지도체제를 무너뜨린다면 이는 매우 나쁜 선례로 남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길이 나쁜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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