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3개월 만에 임기 말 현상..윤 대통령은 바뀔까
취임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20%대로 내려앉았다. 국정 운영의 동반자인 여당은 자중지란이다. 내부 권력 다툼 끝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것이 확정적이다. 임기 말 현상이다.
기시감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
여론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28%의 긍정 평가를 받은 한국 갤럽의 최근 국정 수행 평가 여론 조사. 부정 응답자들이 이유로 꼽은 건 인사(21%), 경험 및 자질 부족(8%),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6%) 등 순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윤 대통령이 국정을 대하는 태도다.
기시감이 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10% 포인트 이상 뒤졌던 지난 연말·연초의 상황이다. 이유도 현재와 비슷하다. 이른바 윤핵관을 위시한 소수 측근들이 캠프를 장악했던 인사 논란, '연기만 해 달라'는 말까지 나왔던 연이은 실언, 언론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던 태도와 배우자 논란에 이르기까지. 현재 상황은 8개월 전에 반복됐다.
잇따른 경고음에도 뒤따르지 않은 변화
배우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 의혹 등으로 '배우자 리스크'가 제기된 지난 대선 기간. 의혹을 직시해 제대로 대응해야 된다는 선대위(캠프) 내부의 의견은 채택되지 않았다. 언론의 정치권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윤석열 당시 후보는 "자료 보고 강사 뽑나. 물어봐라"로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배우자 문제 제기는 잇따랐고, 대선 때까지 두고두고 리스크가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식 일정에 지인 동행, 팬 카페를 통한 사진 유출 등 전례를 찾기 힘들 일들이 잇따랐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제기됐고, 김건희 여사를 공적 보좌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 및 특별감찰관 임명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는 듯 "대통령을 처음 해 봐서 잘 모르겠다.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방치된 문제는 인사비서관 배우자의 스페인 동행으로 터져 나왔고, 이때부터 지지율 추락은 가속화했다.
연말·연초의 상황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대선 후보를 교체할 수는 없는 노릇. 윤석열 당시 후보는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통해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응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해촉 하는 등 선대위를 해산하고, 이른바 윤핵관의 선거 캠페인 관여를 제한하는 등의 충격요법이었다.
위기 상황 타계를 위해 제기되는 변화 필요성
현재 상황은 어떻게 타계할 수 있을까. 연말·연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선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나왔다. 경고음은 계속 켜졌지만 뒤따르지 않던 변화는 지지율 10% 포인트 격차, 국민의힘 측 입장에선 암담한 상황에서야 나왔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30% 초반을 보이던 때, 윤 대통령의 변화는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이후에야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여권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지지율은 20% 대로 내려앉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지금이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이 위기 상황이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비대위로 전환하려는 마당에 문제의 원인인 대통령실이 바뀌지 않는 게 더 어색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하고, 달라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대통령실 개편과 인적 쇄신을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년 채무 조정', '만 5세 입학' 등 정책 혼선이 야기한 쇄신 필요성
한 여권 관계자는 "'청년 채무 탕감', '만 5세 입학' 등 정책 혼선은 대통령실 내 주도하는 집단이 없는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대통령실 내 주도 세력이 없어 정책에 국정철학이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고, 정무적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해 혼선이 잇따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권 초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 군기반장이 없는 것이 정책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인데, 역시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구심력이 약화된 결과 내부적 혼선을 빚어졌던 연말·연초 국민의힘 선대위 상황의 재연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바뀔 것인가, 바꾸어 낼 것인가에 대해 일각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 때는 '정권 교체'라는 절실한 목표가 있었던 데 비해 지금은 그러한 것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은 마치 모든 인생의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이야기처럼, 국민들은 '정권 교체'를 이뤄낸 윤 대통령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윤 대통령의 변화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공정과 상식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칙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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