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에 中 과잉대응시 시주석 손해 커" NYT

강영진 2022. 8. 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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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만 건너편 푸젠성에서 성장한 시주석
'강경자세가 정치적 생존에 이익' 배웠지만
위기 발생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분노 표출하되 대치는 피해야 하는 딜레머

[싱가포르=AP/뉴시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1일 싱가포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2.08.0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1990년대 리덩후이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시진핑은 대만을 마주보는 푸젠성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공산당 당국자였다. 시진핑은 예비군 포병에 배속됐고 녹색군복을 입은 채 모자를 뒤로 돌려쓰고 대공포를 겨냥하는 모습의 사진을 찍었다.

시 주석은 중국 최고지도자가 되기 훨씬 전부터 대만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공산당에서 정치적으로 살아남는 중요한 비결임을 배웠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당시 시 주석이 얻은 교훈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스스로를 대만 통일이라는 신성한 목표를 추구하는 화신으로 내세우면서 미 당국자들의 대만 방문이 그런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중국 군대는 중국 주권 수호 태세를 애매하게 강조하는 경고를 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민족주의적 지지를 강조하지만 대만 문제로 위기가 발생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올 하반기 열리는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총비서 3연임을 노리고 있다. 이는 전임자들이 만든 전례를 깨는 일이다. 그는 자신의 3번째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당국자들이 충성하도록 몰아가면서 직접 지도부 인선을 할 계획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봉쇄로 늦춰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푸틴이 시 주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사는 등 시 주석의 실적은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펠로시 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면 시 주석의 위기는 가중될 것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시 주석은 군사력을 사용해 중국 정부의 분노를 표출하되 중국 경제를 어렵게 할 대치는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중국 남부 국립지난대학교의 국제관계 교수 첸딩딩은 "분명 강력하게 대응하겠지만 통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면 타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섬뜩한 발언이지만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바이든과의 통화에서도 같은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해 선진중국연구센터 소장 데이비드 기터는 "사실 전쟁도 각오하라는 식의 고강도 경고라기보다 중간 수준의 경고 표현"이며 "하원의장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식의 미친 짓을 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1일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만 정책에 어긋나지 않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위기를 조성해 대만해협 주변에서 공격적 군사행동을 늘리는 핑계로 삼을 이유가 없다"며 중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자 장준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방문은 명백히 매우 위험하며 매우 도발적이다. 미국이 방문을 강행한다면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 건너편 130km 떨어진 해안에서 실사격 군사훈련을 발표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반응을 맛보였다. 중국 군 매체는 인민해방군 창설 95주년을 맞아 주권 수호 의지를 다짐하는 성명을 내면서 중국의 신형 둥펑-17 미사일 동영상을 방송했다. 중국 TV도 펠로시 의장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자오리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시 한번 미국 측에 강력히 경고한다. 중국은 대비가 돼 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이 앉아서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한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는 펠로시의 방문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내용의 사설을 싣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1995년 대만과 대치할 당시와 같은 명령조의 성명을 내지 않았다.

미국의 독일 마샬펀드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보니 글레이저는 시 주석이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만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과거와 달리 대만 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5~1996년 대만과 대치할 당시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벌였고 미국은 해군 함정을 파견해 중국의 공격을 막았다. 중국 정부는 빌 클린턴 당시 미 정부가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허용하자 격분했고 중국은 1996년 총통선거를 앞두고 리덩후이 후보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그러나 리덩후이가 총통에 당선했다.

당시 시 주석은 대만을 마주보는 푸젠성의 당국자였다. 당시 푸젠성 공산당 부서기장이던 그는 1996년 인민해방군 대공예비사단장이 됐다.

시 주석은 2001년 사단 장교들에게 "대만해협 투쟁의 심각성을 잘 알아야 한다.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당시 중국 통신사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취소해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몇년 동안 대만의 미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시 주석은 중국을 현대화된 통일 초강대국으로 "국가개혁"을 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대만과 통일을 강조해왔다. 그는 시한을 정하지 않은 미래에 대만을 평화적으로 흡수할 것이라고 말해왔으나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아왔다. 중국 군은 대만 침공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주 당국자들을 상대로 공산당 전당대회 의제를 제시하는 연설을 하면서 "중국의 대혁신은 노력도 없이 요란한 징소리와 북소리를 울린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달 "군이 현 시점에서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당국자들은 방문하지 않도록 설득 노력을 폈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한 뒤 미국은 "미국이 대만 문제를 두고 당장 중국과 싸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적했다.

그러나 하스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이 대만문제를 두고 갈수록 신뢰가 약해지고 있으며 "긴장을 관리할 소통 채널이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미 당국자들과 대만 당국자들은 대만 정부가 중국 정부와 대립하면서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강화돼 왔다고 말한다. 또 대만 주변에서 중국 군대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시 주석에 대한 대만인들의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미국을 비난한다. 미 정부가 갈수록 말로만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조하고 대만 정부와의 군사적, 정치적 연계를 1979년 미중 수교 당시 합의한 것 이상으로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국제관계연구소의 카오 춘 연구원은 "바이든 미 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만을 활용한 중국 억제'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미국이 충돌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썼다.

시 주석의 보복수단으로 대만에서 가까운 해상과 공중에서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지금까지 중국 군대가 거의 침범하지 않았던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더 많은 전투기와 함정을 파견할 수 있다.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정치인이나 외교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전투기 비행을 늘려왔다. 중국은 미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했던 지난해 11월 27차례나 전투기를 보냈다.

극단적으로는 1996년에 그랬던 것처럼 대만 인근 지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당시 중국 군대는 너무 취약해 미군의 적수가 되지 못할 때였다. 그러나 현재는 시주석이 당시처럼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전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대만 남부 국립중산대학교의 궈유젠 정치학교수는 "아직은 중국이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할 것이라는 징후가 없다. 중국이 과잉 대응해 미국, 일본이 맞대응하면 시 주석이 잃을 것이 얻을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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