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마셔" 역한 맛 4L 간신히 넘겼는데..대장내시경 곤욕 사라질까
'폭풍전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가루약을 탄 물을 마시고 밤새 장을 비워내는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그런데 엄청난 배변활동을 통해 장을 급속도로 비워내는일 이상으로 힘든게 가루약을 탄 물의 맛과 양이다. 소금과 이온음료를 섞은 듯한 역한 맛의 물을 무려 3~4ℓ가량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장내시경 전날밤의 곤욕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의약품 허가 문턱이 높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0년만에 알약과 맹물만으로 섭취 가능한 장 세척제를 허가해서다. 최소한 기존 가루약의 역한맛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현지 의료계 반응이다. 하지만 여전히 3ℓ에 육박하는 물을 먹어야 한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이미 비슷한 성분의 알약 장 세척제가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세척제 역시 섭취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FDA가 알약과 맹물을 마시는 방식의 장 세척제를 승인해 대장내시경 검사 준비가 크게 쉬워졌다고 현지 의료계 반응을 담아 보도했다.
이 세척제는 미국 제약사 세벨라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수탭'(SUTAB®)이다. 2020년말 FDA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부터 미국 의료현장에서 처방되고 있다.
현지 의료계에서는 역한맛의 물을 대량으로 마셔야했던 기존 가루약 세척제에 비해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전언이다. 인디애나 의과대 더글러스 렉스 석좌교수는 "수탑도 여전히 복용 후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지만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맛 때문에 대장내시경 자체를 피하는 경향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지역의 소화기내과 전문의 루이스 코먼은 "사람들이 내시경 검사 준비가 고통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기피한다"고 말했다. 미국 암협회에 따르면 50~75세 미국인 10명 중 7명만이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검사를 받지 않는 3명이 장세척 등 사전 준비가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세벨라 파마슈티컬스에 따르면 수탑은 FDA가 10여년만에 허가한 알약 제형 장 세척제다. 수탑 이전에도 미국에서는 인산나트륨 단일 성분의 알약 제제 장 세척제가 처방됐다. 하지만 FDA가 2006년 신장 장애 가능성을 경고한 뒤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인산나트륨 단일 성분 제제와 달리 수탑 성분은 황산나트륨, 황산마그네슘, 염화칼륨으로 구성됐다. 바뀐 성분 덕에 수탑은 안전성도 갖췄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렉스 석좌 교수는 "황산나트륨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탑 역시 대량의 맹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대장내시경 전 하루 사이 두번에 걸쳐 알약과 함께 각각 48온스(약 1.4ℓ)씩의 맹물을 마시는 것이 수탑 복용법이다. 모두 약 3ℓ의 물을 마셔야 하는 셈으로 이는 가루약 제재의 약을 복용할때 섭취해야 할 물의 양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역한 맛이 없을 뿐 여전히 '물폭탄' 인 셈이다. 게다가 두번에 나눠 먹어야 할 알약의 양도 상당하다. 매회 12개씩 총 24개의 알약을 먹어야 한다.
국내에선 이미 수탑과 비슷한 알약 제형의 장 세척제가 처방되고 있다. 한국팜비오가 2019년 출시한 오라팡인데, 14개씩 두 차례에 걸쳐 총 28개의 알약을 약 3ℓ 섭취하는 방식이다. 섭취하는 알약의 갯수와 물의 양 모두 수탑과 대동소이하다. 구성 성분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오라팡의 핵심 성분은 무수황산나트륨, 황산칼륨, 무수황산마그네슘 등이다. 다만 가루약과 달리 비급여여서 약값이 다소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라팡 복용 역시 쉽지는 않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가루약과 다름없이 복부팽만감이 상당하다", "물과함께 섭취한 후 구토를 했는데 입에서 가루약 섭취할 때와 비슷한 맛이 올라왔다", "많은 양의 알약을 먹기가 힘들었다"는 반응이다. 물론 "그래도 역한 맛이 없는 맹물을 먹는게 어디냐"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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