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차양막 띄워 지구를 식히자..기포 뗏목을 띄워라

곽노필 2022. 8. 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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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에
브라질 크기 기포뗏목 보내 햇빛 차단
미 MIT 과학자들, 예비 실험 결과 발표
지구로 오는 햇빛의 일부를 우주에서 차단해주는 ‘기포 뗏목’ 상상도. MIT 제공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대응법 가운데 태양지구공학이란 것이 있다.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지구로 오는 태양 에너지의 일부를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 처방이라면 태양지구공학은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국립과학공학의학원은 최대 2억달러 규모의 태양지구공학 연구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 권고에 따라 현재 태양지구공학 연구에 연방자금을 투입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태양지구공학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성층권에 미세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시키는 방법이다. 화산 폭발 때 분출되는 이산화황 입자들이 대기에서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떨어뜨리는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이 2006년 제안한 이 방식은 현재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앞장서 연구 중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대기 흐름을 교란시켜 기상과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스웨덴에서 지난해 실험용 풍선을 띄우려다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단한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우주 차양막은 지구에서 태양쪽으로 150만km 떨어져 있는 제1라그랑주점에 설치한다. MIT 제공

30년 전 유리막 아이디어로 시작

​최근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이 하버드대와는 다른 방식의 태양지구공학 아이디어를 내놨다. 지구 대기에 미세입자를 뿌리는 대신 우주에 브라질 크기만한 차양막(햇빛가림막)을 띄워 햇빛을 반사시킨다는 구상이다. 차양막을 설치하는 곳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5개의 라그랑주점 가운데 제1라그랑주점이다. 지구에서 태양쪽으로 150만km 떨어져 있는 우주공간이다.

우주 차양막 아이디어는 원래 1989년 국제학술지 ‘브리티시성간협회저널’에 처음 발표됐다. 첫 제안자라 할 얼리 제임스 당시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연구원의 구상은 달 암석을 소재로 2000km 크기의 얇은 유리 차양막을 제1라그랑주점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지구로 오는 햇빛의 1.8%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양이라고 밝혔다. 발상은 그럴싸했지만 실현할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2006년 로저 에인절 애리조나대 교수(천문학)는 얼리의 제안을 한 단계 발전시켜, 아주 작은 비행체들로 이뤄진 우주 차양막 구름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비행체는 미세 구멍들이 숭숭 난 투명막으로 지름이 60cm, 두께는 0.005mm, 무게는 1g이다. 투명막이 작은 돛처럼 작용해 궤도에서의 위치를 유지해주면서 빛의 방향을 바꿔준다. 이 비행체들로 지구 지름의 절반, 길이는 그 10배에 이르는 거대한 원통형 차양막 구름을 만들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햇빛이 차양막을 통과하면서 굴절돼 지구에 당도하는 태양복사 에너지의 2%를 줄여준다. 에인절의 계산에 따르면 이는 지구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 양이다.

로저 에인절 교수가 제안한 구멍이 숭숭난 소형 우주 비행체. 애리조나대 제공

예비실험서 ‘기포 뗏목’ 가능성 확인

그런데 두 아이디어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우주로 가져가서 펼치기에는 차양막 구성체가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것이었다. 에인절의 제안한 차양막의 무게만 해도 2천만톤에 이른다.

건축, 기계공학, 물리학, 재료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엠아이티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연구진이 예비타당성 검토 실험을 거쳐 제시한 것은 얇은 막이나 비행체 구름 대신 기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에인절 교수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용융 또는 이온성 유동체 형태의 실리콘으로 만든 박막(얇은막) 기포들로 우주에서 거대한 기포 뗏목(Bubble raft)을 만들어 햇빛을 반사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포 뗏목이란 물 위의 비누거품들이 균일한 크기로 촘촘히 연결돼 하나의 결정과 같은 구조를 취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포 뗏목 방식의 장점은 우주 현장에서 직접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에 도착하면 안에 있던 기포가 순식간에 팽창한 뒤 급속히 냉각돼 우주 공간으로 방출된다.

연구진은 대략 브라질만한 크기의 우주 기포 뗏목을 구성하면 지구로 오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약 2%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엠아이티 연구진은 우주 환경과 비슷한 영하 50도, 0.0028기압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500나노미터 두께의 막을 팽창시켜 기포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MIT 연구진이 실험에서 생성한 기포. MIT 동영상 갈무리

태양지구공학은 플랜B일 뿐

 연구진은 기포는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기에 입자를 뿌리는 방식에 비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층권에 뿌리는 에어로졸은 한 번 방출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지만 우주 기포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곧바로 터뜨려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연구진은 아직 작업가설 단계이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기포 뗏목 방식이 비용과 질량에서 좋은 해법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더 정교한 설계와 저궤도 시험 등을 거쳐 실제 배치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태양지구공학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어디까지나 플랜B일 뿐이다. 기후변화 대책의 주역은 역시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 중립이다. 두 가지 방식이 어떻게 시너지효과를 낼지는 세계 각국이 기후 정책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달려 있다.

연구진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해법을 찾을 경우 이번 세기 안에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과거 에인절 교수가 대략 추정한 비용은 수조달러, 수명은 50년이다. 당시 그는 전 세계가 협력해 한 해 1천억달러씩 투입하면 25년 안에 개발과 배치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엠아이티의 센시어블시티랩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 라티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주 차양막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면 태양지구공학이 절박해질 몇년 후,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인절 교수도 “차양막이 유일한 영구적 해결책인 재생에너지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지구가 갑작스런 기후위기에 빠질 경우엔 좋은 대응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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