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없는 자본잠식 기업, 하루빨리 청산해야"

김근수 글로벌컨설팅 회계사 2022. 8. 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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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빠지는 자본잠식의 굴레
확인 없이 '묻지마 투자' 했다간 낭패 볼 수도

(시사저널=김근수 글로벌컨설팅 회계사)

자본잠식이란 무엇일까. 경제뉴스를 보면 '자본잠식'이란 용어가 자주 보인다. 기업의 누적 적자가 출자한 자본금보다 큰 것을 말한다. 쉬운 말로 투자한 자본금을 다 까먹은 것이다. 자본잠식을 이해하려면 기업 재무제표 중 자본항목의 구성을 알아야 한다. 우선 기업의 재무상태표는 자산, 부채 그리고 자기자본으로 이뤄진다. 자본잠식은 자기자본과 연관된다. 자기자본은 자본금,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 포함), 이익잉여금 및 기타자본항목을 합한 것이다.

ⓒfreepik

자본잠식이 모두 나쁜 건 아니지만…

여기서 자본금은 발행된 주식의 액면금액 합계를 말한다. 주식발행초과금은 주식 발행 시 발행가에서 액면금액을 차감한 금액의 누적 금액이다. 예를 들어 액면금액 1만원짜리 주식 10만 주를 주당 3만원에 발행한 경우를 보자. 이 경우 1만원 곱하기 10만 주인 10억원은 '자본금', 3만원에서 1만원을 뺀 2만원에 10만 주를 곱한 금액인 20억원은 주식발행초과금이 된다.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그동안 번 이익의 누적 금액이다. 기타자본항목은 회계 기술적인 항목으로 자본잠식을 이해하는 데 알 필요는 없다.

따라서 자본잠식은 두 가지 함의를 가진다. 누적 적자가 자본금을 초과한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불입 자본을 초과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주식은 액면금액과 시가가 다르다. 증자를 하면 시가로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는 시가로 주식을 산다. 재무제표에서 주식의 액면금액은 자본금으로 표시하고, 액면금액을 초과하는 시가는 주식발행초과금으로 표시한다. 액면금액과 주식발행초과금을 합해 불입 자본이라고 한다.

해외의 자본잠식에 대한 정의를 보면 대체로 전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인 자본잠식은 불입 자본을 다 까먹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자로 볼 것인지, 후자로 볼 것인지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뿐이다. 따라서 자본잠식이라고 했을 때 어떤 의미인지는 그 회사의 재무상태표를 봐야 알 수 있다. 통상 재무상태표는 전년도 말 기준이므로 당기에 발생한 손익을 추가로 감안해야 최근의 자본잠식을 알 수 있다.

자본잠식뿐만 아니라 '완전' 자본잠식이란 용어도 쓴다. 기업의 납입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더한 자기자본 총계마저 마이너스가 된 경우로 '자본전액 잠식'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자본잠식 기업은 회계상으로 '부실' 기업이다. 투자한 금액을 다 소진했고, 적자인 기업이니 '나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잠식 기업을 모두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종종 적자가 심하고 완전 자본잠식이 되었음에도 기업의 가치가 높은 경우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적자지만 미래에는 큰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적자가 1000억원 발생했지만 향후 매년 300억원의 이익이 예상된다면 2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적자가  발생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부실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업은 폐업과 청산 수순을 밞을 것이다. 

자본잠식 기업과 관련된 또 다른 이슈 중 하나는 부당 지원이다. 2016년 문학사상사 대표가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기업주가 마음대로 회삿돈을 자신의 개인 회사에 불법적으로 대여해 처벌된 것이다. 부실기업을 지원했다가 손해가 발생하면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84년 9월25일 선고, 84도1581 판결).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급보증을 해 회사에 손해를 입혀도 배임 행위가 된다(대법원 2013년 9월26일 선고, 2013도5214 판결). 또한 기업주 등이 부실기업이 발행하는 신주를 액면가격으로 인수하는 것도 업무상 배임 행위임이 분명하고 배임에 대한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대법원 2004년 6월24일 선고, 2004도520 판결).

종종 기업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려고 회계와 법률을 이용한다. 이익을 내서 손실을 만회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결손금(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생긴 손실 금액)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중 하나가 무상감자다. 즉, 자본금이 50억원이고, 누적 손실이 30억원이면 30억원 이상 자본금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주주는 당초 50억원의 주식 대신 2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회사는 30억원의 이익(자본금 감소: 감자)이 생기고 이것을 누적 손실과 상계해 장부상 적자를 만회할 수 있게 된다.

자산 재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법률상으로 평가해 평가차액을 누적 손실과 상계시켜 장부에서 없애버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인 방법은 회사 재무제표의 '겉모습'만 바꾸는 것으로 회사의 실질 내용엔 변화가 없다.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지 못한다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실기업에 대한 부당지원과 법률 문제

자본잠식 기업의 손실은 '과거에' 발생한 것이다.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해 적자가 누적된 경우다. 또는 대부분의 사업이 초기에 적자가 많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잠식 기업이 경영을 계속할 정당성은 미래에 대해 객관적인 희망이 있어야 한다. 많은 기업이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적자 기업을 계속하다가 파산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회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아무런 보장 없이 적자 기업에 돈을 쏟아붙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정당화하지만, 이는 옳은 대답이 아니다. 적자 기업이 오너 일가의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자본잠식 기업이라면, 조기에 폐업하고 손실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자본잠식이 되고 있음에도 기업을 계속하다가 완전 자본잠식으로 상장 폐지되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 책임은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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