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산물, 최악 '폭염'에 신음하는 지구촌
유럽 폭염 발생 빈도, 42년간 3~4배 증가
폭염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 자주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토양의 건조, 고기압 영역의 작용, 제트기류 변화 등 다양한 요소를 꼽을 수 있다. 그 저변에는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다.
스티븐 벨처 영국기상청 수석 과학자는 영국 기상청 블로그를 통해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건에서 기후 모델링을 해보면 영국 기온이 40도에 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매우 높은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3년마다 40도를 초과하는 무더위가 계속해서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열대 태평양의 바다 온도는 비대칭적으로 상승했다. 서태평양 온도가 동태평양에 비해 급격히 올라가자, 서태평양에서 상승한 바다의 열을 연료 삼아 가열된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열돔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세한 바람이 뜨거운 공기를 동쪽으로 이동시키면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제트기류가 육지 쪽으로 공기를 가두고 있다"며 "가라앉는 공기는 결과적으로 열돔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 변화로 열돔 정체 지속
이와 함께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제트기류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이중 제트의 지속 기간이 길어지는 것 또한 유럽 폭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기존 이중 제트 현상이 더욱 오래 지속되면서 그 사이에 저기압이 형성돼 뜨거운 공기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은 논문에서 "시베리아,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같은 고위도 육지 지역의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여름에 육지와 바다 사이 온도차가 커지면서 이중 제트 상태가 더욱 오래 지속되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배출량 줄여야 폭염 완화
대니얼 스웨인 미국 UCLA 기후과학자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극단적인 무더위를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일상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는 폭염은 아마도 가장 과소평가된 잠재적 재앙일 것"이라고 말했다.극한 날씨가 지속될 경우 어떤 위협이 닥칠지는 아직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폭염은 고온이 익숙하지 않은 지역과 냉방 시설을 가동하기 힘든 취약 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져 발생하는 폭염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에서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몇 달간 인도, 유럽, 미국 등지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데 이어, 8월에는 중국에 폭염이 예보되고 있다. 중국 국가기상센터는 중국에서 7월 2주 동안 폭염이 지속된 데 이어, 8월에는 더 많은 지역에서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는 적색경보가 발동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폭염을 막으려면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1도 상승해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IPCC는 2100년까지 기온이 1.5도 올라갈 경우 전 세계 인구의 14%가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심각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향후 탄소배출량이 감소하면 폭염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비키 톰슨 영국 브리스톨대 기후과학자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4.3도 상승할 경우 매년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위험이 6분의 1이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1.8도만 상승할 경우 매년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위험이 1000분의 1로 확연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겪는 폭염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산물"이라며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다면 극한 날씨를 안정화하고 폭염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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