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15개월 형·누나랑 한교실에서 지내라고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2. 8. 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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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생 딸, 언니·오빠들과 수업 들어야
신체·정서발달, 경쟁 뒤처질까 잠못들고 걱정
예체능학원 고민중..학교 유아교육 준비됐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광일 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학부모 (익명)

정부가 추진하는 학제 개편방안.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낮추자라는 거죠. 저희가 어제는 박순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인터뷰를 했었잖아요. "출발선상에서부터 공정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려는 거다"라고 박 장관이 정책 취지를 설명을 했었는데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반대 입장을 좀 들어볼게요. 당사자부터 가죠. 이른바 낀 세대에 두 자녀가 모두 포함된다는 학부모 한 분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계신가요?

◆ 학부모> 네, 안녕하세요.

◇ 김광일> 네, 안녕하세요. 첫째, 둘째 딸이 다 지금 출생연도가 '낀 세대'에 포함된다라고 들었어요.

◆ 학부모> 네, 첫째가 19년 2월생이고 둘째가 21년 3월생입니다. 그래서 정부 발표대로라면 과도기에 해당돼서 한 해 일찍 태어난 언니, 오빠들하고 같이 수업을 듣게 됩니다.

◇ 김광일> 그러니까 정부가 학제 개편을 만 6세에서 5세로 1년을 당기기로 했죠. 그걸 한 번에 하지 않고 매년 3개월씩 4년에 걸쳐서 하겠다라는 거고, 이렇게 되면 2018년부터 2022년 올해 태어난 아이까지는 동급생 수가 더 많아져서 입시나 취업에 있어서 경쟁자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라는 얘기가 지금 나오는데 그 구간에 두 자녀가 다 포함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 학부모> 네, 맞습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김광일> 물론 이건 정부가 첫 번째 시나리오로 꼽고 있는 거고 다른 대안들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발표를 보시고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 학부모> 우선은 원래 정부 발표를 봤을 때 원래보다 동기생이 125%로 많아지니까 학교 경쟁, 대학 입시,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거라는 걱정이 있고요. 그리고 신체적, 정서적 발달 차이가 12개월 차이도 큰데 최대 15개월이나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지낸다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또 예측하지 못한 피해라고 생각을 하니까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 김광일> 이를테면 2019년 3월생 같은 경우에는 본인보다 15개월 더 빠른 아이와 한 교실에 있어야 하는 건데.

◆ 학부모> 네.

◇ 김광일> 그렇게 될 때 경쟁에서 떨어진다거나 그런 문제가 우려된다라는 건가요?

◆ 학부모> 네. 어린아이들일수록 발달 차이가 심할 수 있거든요.

◇ 김광일> 그렇다 보니까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하는 거 아니냐, 경쟁에서 더 밀리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들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 학부모> 네. 아이들이 신체적 차이부터 시작해서 정서적 발달, 사회성, 여러 가지 적응도 면에서 차이가 심할 거라는 걱정이 됩니다.

◇ 김광일> 또 하나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도 특히 직장 워킹맘들 사이에서 많은 것 같은데요. 이런 우려도 학부모께서 갖고 계신 건가요?

◆ 학부모> 네, 그럼요. 그간에 8세부터 가르쳤던 초등학교와 선생님들이 바로 7살 유아 교육 준비가 가능할지도 걱정이고 또 기존보다 학급당 인원이 많아지면 교육과 돌봄의 질은 또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격차가 심한 아이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선생님들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다 돌볼 수 있을지도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 김광일> 유치원을 보내게 되면 보통 한 4시 종일반 같은 경우는 6시까지도 아이를 맡길 수가 있는 상황인데 학교 같은 경우에는 집에 돌아온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돌보기가 어렵다는 말씀들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여기에도 공감하시는 거예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학부모> 네. 그리고 또 학교에서 8시까지 데리고 있어준다는 것도 시설 면에서나 그리고 아이들 수도 많아질 것이고 격차가 더 큰 아이들이 한 공간에 있는 다는 게 갈등이 얼마나 많아지겠습니까?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 김광일> 그 말씀은 어제 박순애 교육부총리가 인터뷰 중에서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같은 경우는 밤 8시까지도 학교에서 돌봄을 할 수 있다, 보장하겠다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학교에서 그걸 위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는 말씀이신 거군요.

◆ 학부모> 네, 부모와 있는 시간을 더 만들어주는 정책을 선호하지 어린 아이들을 저녁 8시까지 돌봐주겠다는 정책은 육아 면에서 크게 도움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김광일> 사교육에 대한 얘기들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학교를 1년을 일찍 보내게 되면 공교육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사교육 하는 시점도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 이런 말씀들을 하시던데.

◆ 학부모> 네, 취학 전에 배웠으면 하는 지식들을 더 어린 나이에 미리 미리 준비시켜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고요. 그리고 첫째 아이를 예를 들면 같이 수업 듣는 언니, 오빠들보다 유치원 누리과정을 1년 덜 받게 됩니다. 누리과정이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가 아닌데 이로 인해서 사회성이나 정서발달, 자신감 이런 것들이 저하될까 봐 예체능 학원이라도 보내서 키워줘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고요.

◇ 김광일> 예체능 학원을 어릴 때부터 같이 보내야 되는 거 아니냐.

◆ 학부모> 네. 왜냐하면 유치원 과정을 한 해 덜 듣고 언니, 오빠들하고 같이 듣게 되니까 또 그리고 일찍 하교하게 되면 아마 더 사교육에 기울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김광일> 그런 고민들을 지난주 금요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부터 지금까지 하고 계신 거겠죠.

◆ 학부모> 네, 잠도 못 잘 정도로 엄마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 김광일> 잠도 못 잘 정도로.

◆ 학부모> 처음에 들었을 때는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 김광일> 그런데 교육부가 처음에 얘기했던 거랑 다르게 이제는 이런 우려 사항들을 같이 담아서 또 선호도들을 다 고려해서 결정을 하겠다고 살짝 좀 물러선 것 같아요.

◆ 학부모> 네. 그래서 수정을 기대해 보고 있는데 (대안으로) 다음 해 아이들을 한 달씩 당겨서 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 하자면 아이들을 하루씩 끌어당겨서 365년간 정책을 하자는 건지, 정책이 중구난방식으로 이렇게 되니까 예측하지 못한 학부모로서는 굉장히 당혹스럽습니다.

◇ 김광일>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여기까지 오늘은 듣겠습니다. 이른바 낀 세대, 두 자녀가 다 포함된다라는 학부모 한 분 이렇게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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