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
2022. 8. 2. 09:17
ㆍ10년째 서울시 에너지다소비건물 중 에너지 사용량 1위 ‘불명예’
ㆍ원인은 많은 연구 실험…‘탄소공개 프로젝트’ 모범사례도 있어
서울대학교는 2011년 이후 2020년까지 10년째 서울시 에너지다소비건물 중 에너지사용량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연간 에너지사용량이 2000toe(석유환산톤·에너지의 양을 석유 1t을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환산해 표준화한 단위) 이상인 사업장 및 건물을 뜻하는 에너지다소비건물은 2020년 기준 316곳이다. 서울대는 2020년 에너지사용량이 5만776toe, 온실가스 배출량은 10만2958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메탄, 아산화질소, 불소가스 등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배출량 단위)로 1위에 올랐다.
ㆍ원인은 많은 연구 실험…‘탄소공개 프로젝트’ 모범사례도 있어
서울대학교는 2011년 이후 2020년까지 10년째 서울시 에너지다소비건물 중 에너지사용량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연간 에너지사용량이 2000toe(석유환산톤·에너지의 양을 석유 1t을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환산해 표준화한 단위) 이상인 사업장 및 건물을 뜻하는 에너지다소비건물은 2020년 기준 316곳이다. 서울대는 2020년 에너지사용량이 5만776toe, 온실가스 배출량은 10만2958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메탄, 아산화질소, 불소가스 등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배출량 단위)로 1위에 올랐다.
200개가 넘는 서울대 건물을 하나의 기관으로 간주해 산출한 수치라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다. 실제 KT의 목동 인터넷데이터센터인 IDC1은 서울대에 이어 2020년 에너지소비량(4만5292toe)이 2위지만 KT 목동 IDC2와 합하면 7만8409toe로 서울대를 훌쩍 넘는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데이터센터답게 전기소비량은 IDC1 건물 하나만으로도 19만7628㎿h로 1위다. 서울대는 18만3336㎿h로 전기소비량 2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다소비 1위 서울대
서울대는 2008년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를 선언했지만, 지표상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른 대학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건물로 꼽히는 건 마찬가지다. 2020년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를 보면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이 각각 15, 16, 21, 24, 33위 순으로 이어진다.
서울대를 포함해 대학의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건 아무래도 건물 수가 많고, 특히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시설의 전력 소비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혜진 서울대 온실가스 에너지종합관리센터 연구교수도 규모의 문제를 들었다. “학교의 에너지 소비 활동 중 가장 주된 분야가 연구 실험이다. 24시간 기자재를 가동하는 곳이 많아 소위 ‘에너지 사용 강도’가 높다. 대학 간 비교해도 한양대나 포항공대, 카이스트처럼 공대가 많은 대학의 에너지 사용 강도가 높다. 서울대는 종합대학이긴 하나 공과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 쪽의 연구활동이 많아 에너지 사용 강도가 높은 편이다. 쉽게 말하면 규모가 커서 에너지 소비 총량도 많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대 자체 통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14만2299t, 2019년 13만9737t, 2020년 13만5784t으로 줄었다가 2021년 14만1333t으로 다시 증가했다. 서울시 통계에서 따로 집계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병원을 합한 수치다. 정 교수는 “국가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 변동의 경향성과 같다. 국가 전체도 2018년을 정점으로 2019년과 2020년에 줄었다가 2021년에 거의 2018년만큼 올라갔다. 2년간 줄었던 건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신축건물의 에너지 집약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위 정보통신 분야의 연구시설과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중앙전산원의 전력 수요가 많아지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쪽에 인공지능연구센터가 건설 중이고, 개별 연구실 안에도 데이터센터에 준하는 서버 장비가 들어오는 추세라 이런 흐름은 반전되기 어려워 보인다. 정 교수는 “매년 서울대에 건물이 4~5개씩 새로 지어지고 있다”면서 “기존 노후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지만 (ICT 쪽) 신축건물이 구축건물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전력 자립률은 0.7%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자체 생산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소비를 줄인다면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 2020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개정되면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연면적 1000㎡ 이상 신축·증축·개축 건물의 경우 예상 에너지 소비량의 30%(2020년 기준)를 재생에너지로 확보해야 한다. 서울대도 예외는 아니다. 정 교수는 “서울대도 신축건물 옥상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공간이 부족할 경우 옆 건물에 설치해 비율을 맞추고 있다”면서 “노후건물을 개수하면서 단열공사와 창호 교체로 에너지 효율을 상당히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2045년 탄소중립 선언한 고려대
서울대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대학을 표방하려면,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하버드대의 경우 오래전에 대학 본부 내에 지속가능국을 만들어 건물별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도 단과대학별로 에너지 총량제를 적용해 적게 쓰면 인센티브를 주고, 많이 쓰면 자체 비용으로 조달하라고 할 정도로 압박을 걸고 있다.
재생에너지 자체 생산, 에너지 소비 효율 고도화를 넘어서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학의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에선 외부 기금을 대거 받아 아예 기후만 연구하는 단과대학을 만들고 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는 투자자 존 도어로부터 11억달러(약 1조4338억원)를 기부받아 ‘스탠퍼드 도어 지속가능성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도 경영대학 커리큘럼을 기후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반면 서울대는 환경대학원 안에도 기후환경을 주제로 한 석·박사 학위명이 없다. 건의는 하지만 학교 안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진척이 느리다. 학문의 다음 세대에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시그널을 잘 주지 못하는 것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온실가스 에너지 종합관리센터를 세우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건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 정 교수는 “서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온실가스, 에너지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지속가능 보고서에 담는 ‘탄소공개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환경동아리 연합회가 출범하는 등 학생들의 친환경 활동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대학도 있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해 5월 ‘2040 탄소중립 캠퍼스’ 조성을 선언했다. 지자체, 기업과 협력해 탄소중립과 지역 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선도적이긴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5월 5일 개교 117주년 기념식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및 ESG와 연계해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려대의 탄소중립 계획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정진택 총장이 지속발전연구소 등 대학부설연구소와 관리처 간의 1년여 연구를 토대로 했다. 1단계로 에너지 절감과 효율화를 이뤄 2030년까지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2단계로 2045년까지 태양광과 수소연료전지 시설,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등을 통해 에너지전환을 이루고 수요공급안정관리를 실행해 탄소중립을 완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탄소중립 대학이 발전한다
이우균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장이 탄소중립을 건의하고 구체적인 이행계획 작성을 책임졌다. 이 원장은 “기후변화 관련 연구자로서 몸담고 있는 학교를 먼저 들여다보자, 어떤 형태의 탄소중립이 돼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소 자체적으로 작게 연구하다가, 외부 전문가를 연구교수로 초빙해 탄소중립 방안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대학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를 대학의 사회적 기능과 학생에 대한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했다. “탄소중립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전문 연구인력을 갖춘 대학이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려대가 탄소중립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해도 학생들은 교과서적인 말로만 받아들일 뿐 동기부여를 받거나 대학에 신뢰를 갖지 못할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선진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탄소중립 실천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행할 역량이 되지 않으면, 외국 유명 대학들과 협력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외국 대학 관계자와 대화할 정도는 돼야 우리 대학이 한발짝 세계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정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추구하면 학교의 명성이 올라가게 되고 명성이 올라가면 학교발전기금이 많이 모이고, 좋은 학생이 입학하는 선순환을 이루는 문화나 풍토가 생긴다고 했다. 정 교수는 “(스탠퍼드대의 사례에서 보듯)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미래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그 대학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이들의 기부가 많이 모이고, 그게 학교의 명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언젠가는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서울대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다면, 대학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발표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만든 후에야 선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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