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없이도 충분하다.. '백남준 아날로그'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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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이 아날로그 비디오를 물질적 공간에 직접 투사하며 만들었던 시공간적 경험을 특별히 '아날로그 몰입'이라고 부르려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늘날 초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나 디지털 프로젝션 매핑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몰입과는 다른 종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전시 '바로크 백남준'을 기획한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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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내년 1월까지 ‘바로크…’展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시스틴 성당’ 재현한 작품과
‘비디오 샹들리에 No.1’ 전시
“물질적 공간서 ‘아날로그 몰입’
白의 위트·창의성에 감탄 절로”
용인=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백남준이 아날로그 비디오를 물질적 공간에 직접 투사하며 만들었던 시공간적 경험을 특별히 ‘아날로그 몰입’이라고 부르려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늘날 초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나 디지털 프로젝션 매핑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몰입과는 다른 종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전시 ‘바로크 백남준’을 기획한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경기 용인에 있는 센터가 백남준(1932∼2006) 탄생 90주년을 맞아 제2전시실에서 내년 1월까지 펼친다. 백남준의 전위성을 되새기기 위해 1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3월 3일∼9월 18일)와 일정 기간 병행한다. 지난 3월 24일부터 6월 19일까지 열었던 ‘완벽한 최후의 1초-교향곡 2번’은 백남준이 1961년에 작곡한 텍스트 악보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을 국내 최초로 시연한 전시였다.
이번 ‘바로크 백남준’은 제목에서처럼 고전적 위의(威儀)를 강조한다. 백남준이 1995년 독일의 바로크 건축가 요한 슬라운의 탄생 300주년을 기념해 로레토 교회에서 선보인 ‘바로크 레이저’를 재현한 작품이다. 백남준과 함께 작업했던 테크니션 이정성, 미디어아티스트 홍민기와 강신대, 레이저아티스트 윤제호 등이 협업해 만든 작품 제목은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 미래의 빛으로 여긴 레이저 광선으로 과거의 빛인 촛불을 만들고 현재의 빛인 비디오와 연결시킨 창조성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역시 ‘시스틴 성당’이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작가로 참여한 백남준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작품을 재현한 것이다. 백남준이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없었으나, 2019년 영국의 미술관 테이트모던이 재현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 후 사들여 소장하고 있는 것을 이번 전시에 설치했다.
작품의 중심 구조는 미켈란젤로가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린 20m 높이의 비계를 떠올리게 한다. 비계 위에 수십여 개 프로젝터가 매달려 있는 모양인데, 미켈란젤로의 붓이 현대의 프로젝터로 변환된 셈이다. 물고기 떼, 성조기, 요제프 보이스 등의 다양한 영상을 4채널 비디오를 통해 재생한다. 기술 혁명이 가져올 세계를 새로운 천지창조로 표현한 통찰력이 새삼 놀랍다.
1989년 작 ‘비디오 샹들리에 No.1’ 역시 당대 최신 기술 매체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예술적 상상력을 뚜렷이 보여준다. 1997년부터 3년간 만든 ‘삼원소:원, 사각형, 삼각형’은 동양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품을 만든 김윤철 작가가 “천지인 개념을 차용했다”고 한 것에서 그 예술적 자장(磁場)을 알 수 있다. ‘슈베르트’ ‘찰리 채플린’ 등 실존 인물을 제목으로 한 작품은 모두 2002년 작으로, 말년의 작가가 여전히 창의성이 넘치면서도 위트가 있었음을 증명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대체불가능한 백남준’이란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센터는 ‘미디어 컨설턴트, 백남준의 보고서(가제)’전도 오는 10월 13일 개막할 계획이다. 내년 2월 5일까지 진행하는 전시는 백남준이 공익재단 등에서 일하며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현대미술 발전을 도모한 컨설턴트로서의 면모도 있었음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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