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신료 납부 거부권 줘야"..日은 인하·英은 동결·佛은 폐지 추진

안진용 기자 2022. 8. 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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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의 모습. 공영방송 수신료를 폐지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KBS의 수신료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현재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되고 있는 KBS 수신료의 분리안을 추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0문10답 - ‘KBS 수신료’ 분리 징수

1963년 月 100원으로 시작

1981년에 2500원으로 인상

‘TV없음’ 증명 땐 환불 가능

2020년 3만6273가구 신청

KBS 정치편향·방만경영에

“제역할 못하니 수신료 거부”

月 2500원 → 3800원 인상

방통위 승인안 국회 계류 중

국힘, 전기요금서 분리 추진

朴정부 땐 민주당에서 발의

월 2500원인 KBS의 수신료가 논란이다. 지난달 프랑스 하원은 공영방송 수신료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영국도 BBC의 수신료를 2028년까지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일본 NHK도 수신료 인하안을 올가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KBS 수신료를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들끓고 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인식 속에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현 대구시장과 하태경 의원은 KBS 수신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KBS는 지속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현재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되고 있는 KBS 수신료를 분리해 시청자에게 납부 거부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에 본격 시동을 건 상황이다.

1 수신료란 무엇인가?

TV방송 수신료는 통상 공영방송인 KBS를 시청하는 데 부과되는 금액을 의미한다. 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관한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KBS)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신료의 징수 기준은 쉽게 말해 ‘텔레비전수상기 소유’ 여부다. 실제로 KBS를 시청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KBS를 보지 않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는가?”라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수신료가 전기세에 포함돼 부과되는 이유다.

2 수신료 징수 역사

수신료 징수 또한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방송법 제66조는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할 자가 그 납부기간 내에 이를 납부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수신료의 100분의 5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금으로 징수’하며, ‘등록을 하지 아니한 수상기의 소지자에게는 1년분의 수신료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청료 징수는 지난 1963년, 월 100원으로 시작됐다. 이후 수신료는 꾸준히 올라 1970년대 월 800원까지 인상됐다. 1980년대에는 컬러TV 시대가 열리면서 TV 시청 가치가 상승하고 대중의 시청 니즈가 강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1년 2500원으로 인상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수신료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편입돼 징수된 건 1994년 10월부터다. 당시 한국전력공사가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으며 전기 요금 고지서에 수신료가 포함돼 부과됐다. 이때부터 수신료 납부가 사실상 의무화됐다.

3 수신료 인상 시도 사례

KBS는 최근 수신료 인상 시도 이전에도 수차례 수신료를 올리려 했다. 이때마다 당시 여·야당이 번갈아 반대 의견을 내며 정쟁화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였던 2007년에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3년 뒤인 이명박 정부 때는 전 정권 당시 이를 무산시켰던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꿔 수신료 인상을 지지한 반면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당은 지지, 야당은 반대 입장이었다. 수신료 변동은 방송법 제65조 ‘수신료의 결정’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수신료의 금액은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고, 공사가 이를 부과·징수한다’는 조항이다.

이를 근거로 KBS는 2007년과 2011년, 2014년 방통위 이사회 통과 절차를 거친 후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첨예했고, 2007년 11월 국회로 승인안이 상정됐지만, 이듬해 국회 회기가 만료되며 자동 폐기됐다. 2011년에는 3월 국회에 상정됐고,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전체회의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역시 18대 국회 회기가 만료되며 다시금 폐기 수순을 밟았다. 2013년에도 유사한 모양새가 반복됐다. KBS는 기존 수신료 2500원을 4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최종 의결한 후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지만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4 거듭된 수신료 거부 운동

수신료 거부 운동은 1980년대에 더 활발했다. 1994년 수신료가 전기요금으로 포함돼 징수되기 전이라 저항이 더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과 비교해 화폐 가치가 높던 1980년대, 월 2500원에 이르는 수신료가 꽤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전두환 정부 시절 소위 ‘땡전 뉴스’로 불리던 편파보도는 수신료 거부 움직임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난시청을 이유로 일부 농촌 지역에서 수신료를 납부하기 거부한 데 이어 1986년에는 종교단체의 주도하에 ‘시청료(당시는 수신료가 아닌 시청료로 불렸다) 거부 국민운동본부’가 발족했으며, 당시 제1야당인 신한민주당도 이에 동참했다. 그 결과 1988년에는 시청료 징수액이 790억 원에 그쳐, 1984년의 1255억 원보다 465억 원이나 줄어들었고, 징수율도 44.3%에 그쳤다.

1994년 이후에는 수신료가 전기요금으로 통합되며 개인 차원의 납부 저항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몇몇 시민단체에서 수신료 거부 움직임을 보였고, 수신료 납부 관련 법령의 위헌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1999년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공익사업의 경비 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판단하면서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을 띤 채 징수가 이뤄졌다. 2005년 9월에는 ‘KBS 수신료 징수 위헌 소송 추진본부’가 서울행정법원에 “전기요금에 TV수신료를 통합해 징수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한전을 상대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하였지만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고, 2006년 8월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으나 “방송법 제64조 등에 따른 것으로, 헌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각하했다.

5 TV 없으면 수신료 거부할 수 있나

인터넷(IP)TV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활성화되면서 실제로 TV를 보지 않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이를 부추긴다. 2020년에는 수신료를 환불받은 가구가 3만6273가구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신료를 내지 않고, 환불받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수신료를 내지 않거나, 환불받기 위해서는 KBS나 한전에 “집에 TV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 수신료의 징수 기준은 ‘TV 수상기 소유’ 여부이기 때문이다. 전화로 이를 알리고, 혹시 현장 점검이 나오면 집에 TV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한전에서 일일이 가정 방문이 어렵기 때문에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대신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KBS를 포함한 지상파가 나오는 주방 모니터 역시 TV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신고할 때 이 또한 제거해야 한다. TV 수상기가 있음에도 거짓 신고를 했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1년치 수신료에 해당되는 추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나 태블릿 PC를 통한 가족들의 공동 시청은 TV 시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신청한 후 컴퓨터 모니터를 연결해 대형 화면으로 KBS 등을 시청하는 것은 TV 시청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KBS 전파를 직접 수신하는 튜너가 내장된 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6 대중은 왜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나

수신료 인상을 적극 추진해온 양승동 전 KBS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치며 지역국 기능 조정과 인력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를 언급하며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수신료 현실화”라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1981년 이후 2500원으로 동결된 수신료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차갑다. 이 근간에는 “KBS가 공영방송으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중립성을 잃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향적인 보도 행태를 보였고, 드라마·예능 콘텐츠 역시 수신료를 받지 않는 타 채널과 비교해 KBS가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KBS의 방만 경영은 대중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2020년 기준으로 KBS 직원 중 1억 원 이상 연봉자 비율은 46.4%다. 지난해 초에는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은 보장된다.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한다. 평균 연봉 1억 원이고 성과급 같은 건 없어서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다. 불만 있으면 입사하라”고 글을 올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KBS는 “KBS 구성원의 상식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이를 읽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7 KBS 수신료 인상안 국회 상황은

현재 국회에는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이 계류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6일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 승인안’을 제출했고, 해당 승인안은 다음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회부된 후 과방위에서는 KBS 수신료 승인안을 놓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제21대 국회 후반기 과방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KBS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한 복잡한 정치적 속내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KBS 수신료는 1980년대 초반에 정해진 2500원이다. 현실화시켜주는 게 맞는다지만, 여당이 수신료를 인상하자고 하면 야당은 편파방송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데, 여야가 바뀌면 또 공수교대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신료를 올려주는 게 맞는다면 KBS가 여당도 야당도 불만이 없게 중립적인 방송을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게 안 되는 이유는 KBS 사장을 뽑는 이사회가 여당 중심의 다수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 전기요금서 분리안 추진 상황은

국민의힘이 KBS의 정치적 편향성과 방만 경영을 비판하며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최근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KBS의 방만 경영과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보도의 편파성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KBS 편파방송은 공영방송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채 국민 수신료를 도둑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현재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고 있는 KBS 수신료를 분리해 시청자에게 ‘납부 거부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수신료 자율 납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직후 언론노조 KBS 본부의 반발이 거셌지만,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겸한 박 의원이 직접 나서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민주당 의원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9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 징수 현황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공영·국영 방송들도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영국 BBC로, 나딘 도리스 영국 문화부 장관은 향후 2년간 BBC 연간 수신료를 159파운드(약 25만 원)로 동결하겠다고 지난 1월 밝혔다. 독일 ARD, ZDF 등은 연간 220.32유로(약 29만 원)의 수신료를 징수한다. 매월 약 2만 원 안팎이다. 프랑스는 약 138유로(약 18만 원)이고, 일본은 기존 1만3990엔(약 13만5000원)에서 2020년 인하해 현재 1만3650엔(약 13만2000원)을 받는다. 이들 국가는 전체 예산의 70∼90% 이상을 수신료에 의존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는 수신료를 아예 조세화 하기도 했다.

10 해외 수신료 폐지 사례는?

프랑스 하원은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찬성 170표, 반대 57표로 TV 수신료 폐지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 공약 중 하나로, 수신료를 없애며 생기는 손실은 다른 부문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로 충당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고물가로 시청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수신료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도 수신료 동결 소식을 밝히며 수신료 의무 납부가 적절한지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2028년 폐지안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도리스 장관은 지난 1월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콘텐츠를 지원·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을 찾을 때”라고 말한 바 있다. 2027년 말까지는 국왕 칙허에 따라 현행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2017년부터 5년 동안은 수신료를 물가상승률에 기반을 두고 인상키로 했으며, 이후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BBC 측과 협상을 해 왔다.

안진용·이해완·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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