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더] 아이는 무슨 죄? 잇단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대책은?

■ 진행 : 안보라 앵커

■ 출연 : 고우현 선임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시 <YTN 뉴스라이더>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안전해야 할 둥지입니다. 이런 부모에게서 살해당하는 아이들. 동반자살 아니고요. 자녀 살해이고, 최악의 아동학대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아이들을 지킬 방법은 없는지 모색해 보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아동권리정책팀 고우현 선임 매니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볼게요. 어서 오세요. 어제 이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미성년 자녀 4명을 살해하려고 수면제를 먹였던 엄마가 죄책감에 시달려서 자수를 했고 다행히도 아이들은 무사하다고는 하는데 이게 생활고 때문에 엄마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하죠?

[고우현]

맞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사건들로 지난 6월에 완도에서 사망 상태로 발견된 일가족 소식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텐데요.

[앵커]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우현]

그 이후로 세종이나 의정부에서 비슷한 사건들 발생한 건 말씀하신 어제의 사건들까지도 많은 분들이 안타깝게 보셨을 것 같습니다.

[앵커]

요즘 제 느낌만인지는 모르겠는데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런 보도들이 최근 들어서 더 잦은 것 같아요. 이게 보도된 게 잦은 건지 아니면 그동안 보도되지 않은 것들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고우현]

사실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서 공식적인 집계가 아직 없기 때문에 저희가 뭐라 딱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살펴보면 2019년에 한 언론사에서 언론 보도라든지 판결문을 통해서 그 해 발생했던 자녀 살해 후 자살사건들을 추적하다 보니 그 해에만 최소 25명의 아동이 이런 일로 사망했다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고요. 같은 해에 나온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내용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의 언론 보도에서 나타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들을 짚어보니까 247건이었고 이게 20년간 나타난 사건이다 보니까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보도되었다라는 점인데요. 이러한 숫자들도 사실은 언론 보도라든지 판결문을 통해서 확인된 숫자이기 때문에 이게 정말 자녀 살해 후 자살의 실제 규모라기보다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최소의 숫자였다, 이렇게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판결문이나 보도에 드러나지 않은, 그러니까 지금 알려진 것은 최소 수치인 거고 그 이상이라고 지금 저희가 추측을 할 수가 있는 거네요?

[고우현]

네, 맞습니다. 아동학대라는 것이 자녀 살해 후 자살뿐만 아니라 다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들이 많고 가족 내에서 일어나다 보니까 은폐되기가 쉽고 그러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확인된 사건은 정말 일부라고 생각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피해 아동들의 연령대를 보니까 대부분은 본인이 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굉장히 어린아이들이었어요. 부모 손에 숨지거나 다친 아이들의 평균 연령을 계산을 해보니까 8.4세더라고요.

[고우현]

사실 이게 공식적인 집계가 없이 알음알음 알게 된 사건들을 하다 보니까 꼭 이렇다라고 저희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자녀 살해 후 자살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전반에서 아이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데 더 취약한데 아무래도 어리다 보면 부모가 자신을 살해하려고 하는 행위를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여기에 저항하는 게 어려운데요. 사실 꼭 어린 아동뿐만 아니라 미성년 자녀가 거의 아동이라면 모두 보호자, 부모에게 자신의 삶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사실 정말 자신의 의사대로 동반자살이다 이렇게 표현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앵커]

동반자살은 절대 아니죠. 이게 미수에 그쳐서 살아남았던 아이가 성인이 돼서 한 언론인터뷰가 있더라고요. 그 내용을 잠시 전달해 드리면 어리다고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다. 커가면서 갑자기 떠오르면 어릴 때보다 지금이 더 아프다. 이건 분명한 학대였고 분명한 살인미수였다. 이렇게 생존자의 인터뷰가 있었거든요. 이거 혹시라도 지금 방송 보시는 부모 중에서 나쁜 생각하는 분들 계시다면 이것은 명백한 살인이고 아동학대라는 것을 반드시 아셔야 될 것 같아요.

[고우현]

맞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그 자체로도 굉장히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는 경험인데요. 그 경험이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이고 아껴줄 거고 돌봐줄 거라고 믿었던 가족, 부모가 이렇게 나를 살해하려고 했다라는 사실은 굉장히 큰 충격이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라는 것하고 또 다른 고통을 같이 겪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일 텐데 가장 전부라고 믿었던 그 믿음이 산산조각이 난 거잖아요. 그 충격은 평생 갈 것 같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미수에 그쳐도 처벌을 받는 거죠?

[고우현]

지금은 법원에서도 이런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해서는 온정적인 시각을 거두고 이것은 살해였다라고 바라보고 실형을 내리는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9년에도 이런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소개해 드리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려다가 자신은 살아남은 사건에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를 했고요. 그 과정에서 판결을 내리면서 했던 이야기를 좀 나눠드리고 싶어요. 그 판결문에 담긴 이야기인데요. 우리는 살해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앵커]

판결문이 정확합니다. 동반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에요. 이게 해외에도 동반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까?

[고우현]

가족 살해라는 사건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지는 않거든요. 그렇지만 이러한 사건을 두고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좀 가부장적인 문화, 가족이 아동을 알아서 키워야 된다는 문화가 뿌리깊은 동아시아 몇 개 나라들, 그러니까 일본이라든지 우리나라, 대만 등에서 발견되는 그런 표현이었습니다.

[앵커]

아이를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줘야 된다는 점을 저희가 다시 한 번 상기하고요. 그런데 이게 미수에 그쳤을 경우 사실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이가 신고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잖아요, 미수에 그쳤을 경우에. 그런데 이게 주변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신호들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게 좀 있습니까?

[고우현]

최근에 3월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자살자들의 경찰 수사기록들을 살펴봤는데 이 가운데 자녀를 살해한 사건들의 70%가 사전에 언어적으로든 비언어적으로든 경고 신호를 보낸 적이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위기를 가진 가정들, 어떤 어려움을 가진 가정들이 없는지 살펴보는 노력들이 필요한데요. 국가에서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라든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이 아동행복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빅데이터 시스템들을 이용해서 위기가 있을 것이다 예상되는 그런 가구들을 발견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요. 이게 발견되더라도 정말 지방자치단체에서 찾아가보고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도움을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는 작업들이 다 이루어져야지 이런 아동,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데 사실 이게 시간도 많이 들여야 되고 이것을 할 사람들도 많이 필요한데 그러한 인력이라든지 투자, 인프라 이런 것들이 아직 좀 미흡하다, 이렇게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70% 이상은 사전징후가 있다고 하는데 보통 자녀 살해 사례를 보면 처지를 비관하거나 생활고, 가정불화 이런 요인들이 좀 많단 말이에요. 이런 경우는 주변 사람들이 알아챘을 때 그러면 경찰이나 관련 기관에 신고를 하면 되는 겁니까?

[고우현]

말씀하신 것처럼 가족 살해가 일어나는 가정들에서 보면 가족 간의 불화라든지 경제적인 어려움 혹은 정신보건의 문제 이런 것들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 특히 아동의 안전이 조금 의심된다 이런 경우에는 아동학대 신고를 해 주셔야지 관련 기관에서도 알아채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을 하고 그럴 수 있기 때문에 신고가 필요하고요. 아동의 안전이라기보다 이 가구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겠다라고 하시면 주민센터라든지 이런 곳을 통해서 필요한 도움을 연결할 수 있도록 좀 안내해 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경찰만 생각했는데 주민센터에도 도움을 요청을 할 수가 있는 거군요?

[고우현]

꼭 어떤 형사처벌이라든지 이런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요. 복지적인 차원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경우들, 이것들로 해서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수 있는 경우들도 있으니까 이웃분들이시라면 이런 부분도 같이 좀 살펴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선진국의 사례는 어떤가요? 선진국은 이런 어려움에,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안전망이 갖춰져 있습니까?

[고우현]

사실 아동의 삶을 좀 들여다 보면 아동의 삶에서 가족을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대개 어렵잖아요. 그래서 아동을 물론 중심으로 모든 복지서비스라든지 이런 것들이 설계는 되어야 되지만 그게 아동을 분절적으로 아동만 놓고 해야 된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주요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서는 가족을 같이 지원하는 통합적인 체계들을 많이 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가족 살해 후 자살 같은 경우에 그 뿌리에는 아동은 가족이 알아서라는 그런 가족에게 떠맡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것과 반대로 국가가 아동의 양육을 위해서 같이 힘써주겠다, 이런 메시지들.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그런 것들이 필요한데요. 예를 들면 스웨덴에서는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게 꼭 어떤 현금적인 것뿐만 아니라 주거 정책이라든지 교육정책, 돌봄정책 등을 통해서 국가가 아동 양육을 같이 하고 있다. 책임을 나누고 있다. 그러니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만이 아니고 우리의 시민이다라는 메시지들을 계속 시민들에게 전달을 하고 있는 것이죠.

[앵커]

앞서 판결문 구조에 무신경했던 국가도 문제가 있다, 이런 내용도 좀 봤는데 뭔가 아이들을 구조하고 주거나 교육, 돌봄에 신경을 쓰는 것은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 어른들도 다 같이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살해의 형태가 존속살인이 있고 비속살인이 있잖아요.

[고우현]

아직은 비속살해만 어떤 법률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요. 보통의 살인으로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좀 저희가 생각해야 될 지점은 아동학대를 정의하고 있는 법률이 아동복지법인데 여기에는 아동학대를 아직 법률상으로는 정신적이나 신체적인 가혹행위, 유기, 방임 등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녀 살해 후 자살 같은 경우는 아동학대로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우리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고요.

[앵커]

앞서 매니저님께서 관련 공식 통계가 없다는 말씀을 계속해 주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일단 먼저 조사가 진행이 돼야 될 것 같아요.

[고우현]

어떤 예방정책을 내놓으려면 사실 현황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일하고 있는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도 이런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집계를 공식적으로 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정책을 아동학대 대응 정책 안에서 좀 이루어져야 된다라는 성명서를 낸 게 2020년 2월입니다. 2년 반 전인데요. 아직 여기에 저희가 요구했던 사항들이 이루어져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더 이상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들을게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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