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년 동안 인류의 뇌는 바뀌지 않았다, 얼굴이 달라졌을 뿐 [사이언스샷]
16만 년 전 아프리카 초원을 걷던 사람과 오늘날 도시에 사는 사람은 뇌의 모양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사이 식생활이 바뀌면서 얼굴은 바뀌었지만 두개골 안에 있는 뇌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대의 크리스토프 졸리코퍼 교수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오늘날 인류와 직계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나타나는 두개골 형태 차이는 뇌 자체의 진화가 아니라 얼굴 진화에 의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원시 인류의 어린이, 성인 두개골 비교
인간의 뇌 진화는 과학계의 오랜 미스터리이다. 20만 년 전에 살았던 원시 인류의 두개골은 오늘날 인간과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형태는 크게 다르다. 갈수록 둥근 형태로 바뀌었다. 과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에서 도구와 예술이 발달하면서 뇌 형태가 변했고 이에 따라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도 변했다고 추정했다.
스위스 연구진은 원시 인류와 오늘날 인류의 두개골을 직접 비교해 실제로 뇌가 바뀌면서 두개골이 따라 변했는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어린이와 성인을 포함해 원시 인류 두개골 50점과 오늘날 인류 125명의 두개골 형태가 어떻게 다른지 조사했다. 호모 사피엔스 두개골은 에티오피아 헤르토와 이스라엘 카프제, 스쿨 동굴 등에서 발굴됐다.
인간의 뇌는 만 6세 무렵 성인의 95% 정도 크기에 이른다. 이에 비해 얼굴은 20세 무렵까지 계속 자란다.
조사 결과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나 오늘날 인류 모두 어린이의 뇌가 자라는 동안 두개골 모양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인은 원시 인류가 좀 더 길고 돌출된 모양이었다.
◇부드러운 음식 먹으며 얼굴 뼈 구조 변화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두개골 형태가 달라진 것은 뇌 자체의 진화가 아니라 식습관이나 생활상의 변화에 따라 얼굴 뼈 구조가 달라진 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뉴욕대 치대 연구진이 2019년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2000년 전 무렵부터 얼굴이 더 작아지는 등 형태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당시 연구진은 이때부터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면서 씹는 동작이 두개골에 미치는 힘이 줄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로 인해 얼굴 뼈 형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인류의 식단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식습관 변화가 얼굴 형태를 바꿨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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