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가·정부 갈등 확대.. "농가 사육 포기 無관세 탓" vs "사육수 증가 탓"

양범수 기자 2022. 8. 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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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한우협회, 무관세 철회·사료가격 지원 요구
"관세 세수로 소비 쿠폰·사료 가격 지원 해야"
"사료 가격, 5% 더 오르면 중소 농가 경영 불가능할 것"
농림부 "생산비 상승 관련한 다양한 지원책 이미 발표"
"한우 가격 하락, 사육 수 영향.. 자구책 필요"

정부가 1일 사료가격 상승에 따른 한우농가 등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사료구매 자금 상환기간 연장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한우농가와의 갈등은 여전한 모양새다.

농가 측은 높은 사료가격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수입 소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해 국산 축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는 11일 궐기대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 측은 사료구매 자금 상환기간 연장과 금리 인하, 조사료 관세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면서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우 가격 하락 역시 할당관세의 영향보다는 사육되는 한우 수가 늘어나며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육류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스1DB

◇ 협회 “사료가격 추이 유지 시 농가 29% 사육 포기… 사료비 지원하라”

이날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오는 11일 ‘축산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궐기대회’에서 수입 축산물 무관세 철회와 해외 곡물 원재료 구입가 일부 지원을 통한 사료 인상분 차액 보전 등을 건의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수입 소고기에 대해 관세를 감면하는 등의 확대 기조로 나가게 되면 한우가 설자리가 없게 된다”면서 “수입 축산물에 대한 관세를 통한 세수로 소비 쿠폰을 발행한다든가, 경영이 어려운 국내 농업인을 위해 사료가격 지원 등에 힘을 쏟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했다.

협회가 농가 737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사료가격 추이가 유지될 경우 한우농가 29%가량이 사육을 포기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육을 지속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로 지난해 협회가 실시한 경영실태조사에서 응답 농가 95%가량이 사육을 지속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 대폭 떨어졌다. 지난해 경영실태조사는 협회 소속 농가 54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농촌경제연구소의 ‘한육우’ 6월호에 따르면 비육우 배합사료의 가격은 1㎏ 당 498원으로 지난해 462원 대비 8%가량 올랐고, 평년 가격인 388원과 비교하면 약 2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후 이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사료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료 가격이 추가적으로 5%만 더 오르면 중소 농가들의 경영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우협회 자료에 따르면 2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들의 두당 수익성은 지난해부터 손실을 기록했고, 사료가격이 추가적으로 5%가 오르면 50두 미만의 농가까지 두당 수익성이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농가가 전체 한우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이른다.

그래픽=이은현

◇ 농림부 “생산비 상승 관련 다양한 지원책 발표… 사육 수 줄이는 자구책 필요”

주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농가의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농림부는 지난달 8일 사료구매 자금 융자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애초 1.8%던 금리를 1.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한시적으로 사료구매 자금을 지원받은 농가의 상환 조건을 2년 거치 일시상환에서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으로 변경했다.

이 밖에도 사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하반기 수입 조사료 할당 물량을 30만톤(t)으로 늘려 총 110만t 물량의 수입 조사료가 관세 없이 운용될 수 있도록 했고, 한우 암소에 대한 도축 수수료도 마리당 1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애초 농가가 암소 1마리를 출하하기 위해서는 4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으나, 이를 3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제 곡물 가격 인상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면서 “농가의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 한우 가격 하락의 원인이 할당관세 때문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과거 한우 가격이 높던 시절에 농가들이 한우 사육 수를 크게 늘린 영향이 크다”고 했다.

농촌경제연구소는 한우 사육 마릿수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말 354만마리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357만4000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축 마릿수는 2022년 85만3000마리, 2023년 93만9000마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우 가격 하향세 역시 지속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 당 2만3000원 가까이 올랐던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 5월 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농림부 관계자는 “사육되는 한우 수가 많으면 도축 물량이 늘어날 것이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자꾸 (수입 소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를 주장하는데, 할당관세가 시행된 수입 소고기 물량은 이제서야 통관이 시작돼 본격적인 유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암소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소 농가들의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정확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체 한우의 평균 도매가격만을 보면 해당 가격대가 맞지만, 등급별로 가격이 다르고 전체 도축되는 한우의 75%가 1등급 이상이다. 투 플러스(1++) 등급 한우의 경우 도매가는 1㎏ 당 2만3000원, 원 플러스(1+)는 2만1000원에 이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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