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관이 기획한 오토니엘의 구슬..매혹적인데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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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니엘은 구슬을 꽈리처럼 꿰어내거나 다채색으로 빛나는 수공제의 유리벽돌들을 조형적인 덩어리로 꾸려 내놓는 공예 장인 스타일의 작업이 특기다.
2년 전 나온 유리구슬 조형물과 <프레셔스 스톤월> 같은 호박빛, 푸른빛의 유리벽돌 설치물, <루브르의 장미> 같은 백금박 캔버스의 검정 잉크 그림들은 규모를 키우거나 형태나 색감 등을 조금씩만 변주하면서 일부 전시장을 궁궐 연못으로 바꾼 정도에 머물렀다. 루브르의> 프레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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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기작가 오토니엘 전시
기존 작품 변주한 '쥬얼리 아트'
상업화랑과 차별성 찾기 어려워
‘오토니엘의 구슬’이란 말이 한여름 미술판에서 유행어처럼 입에 오르내린다. 지난 6월 중순부터 대규모 국내 개인전을 열어 수집가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58)의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과 야외 조각공원, 인근 덕수궁 경내 연못에서 7월 중순부터 펼쳐지고 있는 그의 한국 공공미술관 첫 개인전 ‘정원과 정원’(7일까지)은 ‘예쁜 보석 같다’ ‘환상적인 공예 향연’이란 관객들의 호평 속에 연일 인파가 몰리고 있다.
오토니엘은 구슬을 꽈리처럼 꿰어내거나 다채색으로 빛나는 수공제의 유리벽돌들을 조형적인 덩어리로 꾸려 내놓는 공예 장인 스타일의 작업이 특기다. 지금 덕수궁 연못엔 그가 꿴 황금빛 구슬 목걸이들이 연꽃처럼 내려앉거나 소나무 위에 걸렸다. 바로 옆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장 바닥엔 7500여개 푸른 벽돌들이 천장에 매달린 14개의 크고 작은 유리구슬 매듭과 마주 보며 강물이 흐르듯 배치되어 있다. 인도 장인들과 협업해 각기 다른 색감과 질감을 내보이는 유리벽돌 뭉치들이 은은히 타오르는 장작처럼 신비한 빛깔을 내뿜으며 벽에 붙어 있다.
팬데믹 시대에 고립감에 시달린 시민들에게 영롱한 금박을 입히거나 거울처럼 만물을 투영하는 구슬과 목걸이 이미지들은 볼거리 이상의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준다고 미술관 쪽은 이야기한다.
오토니엘의 구슬 꽈리와 벽돌 무더기들은 간단치 않은 존재론적 의미를 품는다. 물질의 형태적 변형에서 비롯한 작품들은 인간 삶과 우주의 서사, 시대 상황에 대한 발언까지 담아내려는 형이상학적 욕구를 담고 있는 까닭이다. 광산 도시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유리나 유황, 흑요석 등을 매만지면서 작업에 몰입해온 작가는 공예적인 결과물들을 통해 인간 심연의 주술적인 욕망과 감성의 결들을 드러내려고 꾸준히 시도해왔다. 1992년 카셀 도쿠멘타 출품에 이어 2011년 파리 퐁피두센터 개인전, 2015년 베르사유궁전 분수에 목걸이와 매듭이 들어간 작품 <아름다운 춤>을 설치했고, 2019년엔 루브르박물관에 백금화 캔버스에 그린 꽃 그림 <루브르의 장미>가 영구 소장됐다. 한국에서도 2011년 갤러리 플라토, 2016년과 2020년 국제갤러리 전시를 통해 숱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런 이력을 아는 미술인들 가운데는 전시를 두고 쓴웃음 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출품작들은 2020년 메이저 화랑인 국제갤러리의 두번째 한국 개인전에서 전시됐던 작품들과 상당 부분 대동소이하다. 2년 전 나온 유리구슬 조형물과 <프레셔스 스톤월> 같은 호박빛, 푸른빛의 유리벽돌 설치물, <루브르의 장미> 같은 백금박 캔버스의 검정 잉크 그림들은 규모를 키우거나 형태나 색감 등을 조금씩만 변주하면서 일부 전시장을 궁궐 연못으로 바꾼 정도에 머물렀다. 몇 작품들을 두고 한국 큰손들의 예약 상품 모델이 될 것이란 뒷말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토니엘 작품들은 귀금속을 가공 연마해 예술품으로 내놓는 ‘주얼리 아트’의 속성이 특징이다. 현란한 때깔과 모양새를 부각해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상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국제갤러리 전속작가로 지난 10년간 국내 마케팅에서 발군의 성과를 거둔 배경이다. 이런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공미술관의 기획전이라면 상업 화랑 전시와 확연히 다른 작품 발굴과 재구성, 치밀한 작가론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의미, 담론 등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덕수궁 연못 등 작가가 직접 고른 장소의 특징적 작품 외엔 차별성은 별반 부각되지 않고, 미술관 기획진의 존재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거장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와 1년 이상 직접 교감하며 전시장 디자인과 작품 구성까지 조율해 지난해 그의 사후 세계 최초의 유작 기획전을 성사시킨 부산시립미술관의 연초 성과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제갤러리가 준비 과정에서 조력하고, 다국적 명품업체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후원을 맡은 이 전시회는 매혹적이지만 의뭉스럽다. 막강해진 글로벌 미술 시장 영향권에 공공미술관도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생생하게 실증하는 현장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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