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 무엇이 문제?..초등 교사들에게 물었더니
기사내용 요약
글자·숫자개념 이해 어려워…조기 사교육 늘 것
1살 많은 만6세와 생활…발달차 따른 '서열화'
화장실 등…어린 학생 돌봄에 교실 이탈 잦아져
박순애 장관 "열린 자세로 의견수렴…대안마련"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정부가 오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현행 만6세에서 만5세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현장 초등교사들 역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초등교사들은 교육부의 학제개편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만5세 유아들의 발달상 한계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점은 '학습'이다. 현재 '놀이' 중심의 누리과정을 거치는 만5세 유아들이 만6세부터 적용받는 국가 교육과정에 편입될 경우 발달상 부조화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의 한 초등교사 최모씨는 "모든 공부의 시작인 글자·숫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징체계'인데, 유아들은 눈에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개념이 인식되지 않는 단계"라며 "개념이 생기지 않으니 통째로 외울 수밖에 없고,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 암기학습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이 같은 학습부진이 조기 사교육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 교사는 "지금도 초등학교에 대비한 유치원생들의 한글·수학·미술·음악 등 사교육이 극성"이라며 "취학연령을 낮추는 만큼 유아 사교육도 빨라지고 부담도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아들은 같은 나이라도 몇 월생이냐에 따라 발달 차이가 큰 만큼, 1살 이상 차이나는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할 경우 정신·신체적 발달이 느린 쪽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교사는 "유치원,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덩치에 따라 서열이 나뉘고 큰 애들이 작은 애들을 괴롭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학부모, 교사 모두 1살 언니·오빠들과 섞일 아이들이 과연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데 지금은 그걸 해소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만5세는 학습보다 돌봄이 더 필요한 연령인 만큼 학제개편 후 초등교사의 역할이 수업보다 생활지도에 편중될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경기 안산의 한 초등교사 A씨는 "유치원은 교사 2명이 원아 20명 내외를 케어(관리)하는 반면 초등은 교사 1명이 많게는 학생 30명을 봐야 한다"며 "만 5세와 6세는 화장실이나 식사 등 생활 면에서 문제해결 능력이 천지차이인데 교사가 어린 아이를 돌보기 위해 수업을 이탈해야 하는 상황이 지금보다 빈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요즘 아이들은 발달이 빨라 초등교육을 일찍 받는 것도 무리가 없다"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공감이 어렵다고도 했다.
A씨는 "애들이 똑똑해지고 신체발달이 빨라졌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정서적인 발달은 옛날보다 오히려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어린 아이들이 지금보다 1년 빨리 학교에 오면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선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는 오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취학연령을 3개월씩 4년 동안 앞당기거나 1개월씩 12개월 동안 앞당기는 등 방식이 거론됐다.
최 교사는 "학생 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데 초등교사 수는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행정적, 제도적 시행은 가능하겠지만 만5세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2만명 규모의 대규모 여론조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조성하고 연말까지 학제개편 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취학연령 하향에 대한 교육계 우려에 대해 "만약 만5세가 입학할 경우 초1 교과과정도 기존과 다른 과정으로 바뀌고 학교 공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을 염두해뒀다"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진행된 반대 서명에 14만36명이 참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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