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11 배후 알카에다 수장 21년만에 응징 .. 빈 라덴 후계자 알자와히리 드론 공습으로 제거
미국이 9·11 테러의 배후인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드론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드론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 그리고 이 테러리스트 지도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작전이 9·11 테러 희생자 가족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당신이 어디에 숨어있든, 당신이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면 미국은 당신을 찾아내서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알자와히리 제거는 지난해 8월 아프간 철수가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약 1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군의 임무를 끝내도록 했을 때, 나는 20년간의 전쟁 후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더는 병사 수천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아프가니스탄과 그 외 지역에서 효과적인 대테러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바로 그 일을 해냈다”고 역설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공습 당시 알자와히리는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이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현 당국자 사이에선 전날부터 알자와히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지만, 미 행정부는 그의 사망이 확인될 때까지 발표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 형성에 누구보다 깊이 관여한 인물로, 1998년부터 빈라덴의 이인자로 지내다 빈라덴 사망 후 후계자를 맡았다. 그는 빈라덴과 함께 2001년 뉴욕 무역센터와 워싱턴 인근 국방부 빌딩을 향한 9·11 테러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빈라덴이 알카에다에 자금을 제공했다면, 알자와히리는 전 세계 조직원들을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술과 조직력을 구축한 인물이라고 AP통신은 평가했다. 알자와히리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최우선 수배 대상에 올라 25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알자와히리는 9·11 테러 이후 조직원이 흩어지고 살해 당하자 알카에다의 존속을 위해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지도부를 재건했다. 또 조직을 일종의 프랜차이즈 체인 형태로 변모시킨 뒤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북아프리카, 소말리아, 예멘 등지에서 자치 분파의 네트워크 결사체 형태로 조직을 이끌었다. 알자와히리는 지난 몇 년간 사망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지난 4월 한 동영상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알자와히리는 미국과 사우디에서 극악무도한 테러 작전을 계획·실행한 테러 지도자 중 한명”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프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은 미군 공습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는 국제 규범과 도하 협정을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탈레반이 알자와히리에게 은신처를 제공함으로써 도하 협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2020년 카타르 도하에서 무력 충돌 종식을 위한 평화 협정을 맺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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