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속이는데.." 직원 횡령 예방 어쩌나

이한듬 기자 2022. 8.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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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산업계, 잇따른 횡령에 '긴장'.. 예방은 어떻게] ③ 형벌 강화 의견 속 기업인 처벌 불똥 우려

[편집자주]거액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횡령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직원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횡령 특성상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횡령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기업인 처벌 강화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월2일 남대문경찰서는 회삿돈 614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사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기업 리스크로 떠오른 횡령… 경제위기에 더 늘어나나
②횡령 막을 '내부 통제 시스템' 실효성 높이는 방안은
③"작정하고 속이는데…" 직원 횡령 예방 어쩌나
국내 금융기관과 주요 상장사에서 잇따라 직원들이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업도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강화하더라도 작정하고 사각지대를 찾을 경우 막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횡령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칫 오너나 대표이사 등 기업인 처벌 강화로 불똥이 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수천억 원 '꿀꺽'… 천태만상 횡령 범죄


올해 들어 기업과 금융권, 관공서 등에서 직원들이 자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2215억원의 횡령이 적발된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우리은행(697억원) ▲계양전기(245억원) ▲KB저축은행(94억원) ▲새마을금고(40억원) ▲아모레퍼시픽(30억원) ▲클리오(19억원) ▲롯데GRS(7000만원) 등에서도 잇따라 횡령 범죄가 확인됐다.

최근의 횡령사고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이 활황이던 버블 시대에는 잘 보이지 않던 기업의 취약점, 경영진이나 기업 내부 관계자의 자금 유용 문제가 버블 붕괴와 함께 나타난 것"이라며 "어느 때나 횡령 같은 기업 내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버블 붕괴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횡령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4년 3만8646건이던 형법상 횡령 범죄는 2020년 6만539건으로 늘었다.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 사건은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주주와 고객 이탈, 주가폭락 등으로 번질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철저한 내부 관리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고객의 자산을 개인 호주머니로 빼돌리는 일을 막기 위해 예방책 마련에 만전을 기한다. 올 들어 금융기관에서 잇단 횡령사고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은 시중 은행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기업이나 기관의 자체 대응만으로는 횡령 사건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내부 통제장치가 없는 게 아니다"며 "횡령 사건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고 그때마다 내부 감사를 비롯한 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직원 윤리교육 등을 통해 꾸준히 예방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아무리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직원이 작정하고 저지르는 범죄를 실시간으로 잡아낼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사실상 기업도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올해 1월 2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횡령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 사진=뉴시스 정병혁 기자


솜방망이 처벌 비판↑… 형벌 강화는 고민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횡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무리 많은 돈을 빼돌리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횡령·배임죄에 대한 권고형량 기준은 2009년 시행안에 머물러 있다. 국내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횡령액 규모가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돼 이득액이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올라간다.

횡령 규모가 50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여전히 처벌 수위는 낮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은 횡령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까지는 징역 4~7년에 가중 시 5~8년이다. 300억원 이상일 경우 5~8년, 가중 시 7~11년에 그친다. 이마저도 상고심을 거치는 과정에서 처벌 수위가 낮아지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처벌 수위가 다르지만 뉴욕주는 100만 달러 이상을 횡령하면 최대 24년, 텍사스주는 30만 달러 이상을 횡령하면 최대 징역 99년에 처해진다.

그러나 처벌 규정만 강화하는 게 최선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제재가 강화될 경우 자칫 경영진과 이사회 등에 대한 규제로 이어져 기업의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횡령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횡령·배임죄의 형량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위반 동기를 원천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횡령·배임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형량이 합리적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충실한 설계와 운영을 입증하는 경우 인적·금전적 제재를 경감받을 수 있는 조항을 명문화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적 구축과 운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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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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