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하향 조정할 듯..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기사내용 요약
한은 "수출 증가세 약화시 마이너스 성장…현재로선 낮아"
전문가들 "3·4분기 수출·소비 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올해 2분기 우리 경제가 0.7% 성장 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수가 부진하고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까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3분기와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5일 발표되는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연 2.7%에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한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전망수준(2.7%)을 소폭 하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 5월 수정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GDP)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0.6%, 0.7%(속보치) 늘어났다. 상반기 전체로는 전년동기대비 2.9% 늘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분기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민간소비가 3% 늘어나면서 어느정도 선방을 했지만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소비,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도 "하반기 이후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국내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며 "수출의 경우 중국, 미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성장세 둔화로 증가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은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3,4분기 성장률이 각각 0%를 기록할 경우 올해 연간 2.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앞서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직후 남은 3,4분기 각각 0.3%씩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 2.7%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바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미국, 중국 등 대외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연간 전망치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큰 폭 오르는 등 소비를 제약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향후 2~3개월 동안은 물가가 6%대를 상회하는 등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 등으로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7월 4.7%로 전월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08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상승폭 역시 역대 최대폭이다. 한은은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되면 경제주체들의 소비는 꺾일 수 밖에 없다.
국가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기 대비 1.0% 감소했다. 이는 2020년 2분기(-1.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하반기에는 소비가 부진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은 역시 최근 발표한 '금리상승의 내부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지난 8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준금리 1.75%포인트 인상으로 민간소비가 최대 1.05%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 경제도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둔화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부진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미국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기술적 침체에 들어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견조한 노동시장 등으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실업률의 큰 폭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기 연착륙이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도 고강도 방역조치 등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2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4%로 0%대로 하락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은은 중국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경우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유럽 역시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경제 침체,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데 수출 증가세가 약화될 경우 3,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대외 여건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지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고, 향후 데이터를 더 봐야 알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만 가파른 물가 상승세로 소비 제약과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고물가와 수출 둔화가 성장률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 경기가 침체될 경우 수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 수출이 나빠질 경우 3,4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출 증가세가 한 자릿수 증가로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연간 성장률은 2%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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