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與, 결국 비대위 체제로..이준석계 반발 '변수'
이준석 가처분 신청 가능성..비대위 기간·성격 두고도 이견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이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도 안 돼 집권여당이 비대위를 꾸리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를 연달아 개최해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만 돌아올 길이 막힌 이준석 대표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비대위 출범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2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날 최고위원회를 열어 상임전국위 소집을 의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최고위 의결정족수 미달로 최고위를 통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늦은 오후 조수진 최고위원이 당 기획조정국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최고위 재적 인원이 7명이 됐다. 그중 과반인 4명의 참석으로 최고위 소집이 가능하다는 게 당 기조국의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라 최고위 재적 인원에 포함하고, 자진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조수진 의원을 제외한 것이다.
앞서 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현재의 당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총의를 모았다. 김웅 의원이 비대위 체제에 이견을 보였으나 대다수 의원들은 당의 비상상황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이라고 하는 의견에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추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통해 당헌당규를 해석하고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추인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의결권을 갖는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전국위 소집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의총 전날(지난달 31일) 권 원내대표가 직접 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나는 지금이 비상상황이 아니고, 비대위를 열어야 할 당헌당규상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국위를 소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고위 의결을 거치거나 상임전국위 재적 위원의 4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으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 결정된 만큼 당은 다음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절차는 최고위원회 소집과 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상임전국위는 100명, 전국위는 1000명 이내로 구성되며, 상임 전국위에서 우선 의결된 사안에 대해 전국위가 다시 한번 의결하게 된다. 두 전국위는 모두 전국위원회 의장이 이끈다.
서 의원은 "상임전국위에서 비상상황으로 결론이 날 경우, 전국위에서 직무대행이나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일부 최고위원들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전날 의총 직후 페이스북에 "금일 의총 결과와 상관없이 비대위 전환 반대 뜻은 여전히 확고하다"며 "제 개인 의사와 관계없이 '비상'이란 수사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정당성을 박탈하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은 중진의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실망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거기에서 해법을 찾아야지, 간판이 달라진다고 한들 국민들이 책임을 묻고 질책을 하는 문제가 해소가 안 된다면 비대위든 어떤 체제든 국민들이 이해하겠냐"며 사실상 비대위를 반대했다.
권은희 의원도 의총 후 기자들에게 "당내 민주주의가 아니라 당내 '윤심주의'로 당이 운영돼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정당인의 일원으로서 맞지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이 비대위 전환시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법적인 대응을 하면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주는 상황이 돼 이 대표가 다시 당 대표로 돌아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성격과 기간, 차기 전당대회 시점 등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9월 임시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2개월 초단기 비대위'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가 2년 임기를 갖도록 '5∼6개월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당내 최다선(5선) 의원들과 원외 인사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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