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 북송 사건 검찰 수사, 윤 대통령 뜻대로?

문상현 기자 2022. 8. 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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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북송된 탈북 어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하게 갈린다. 각자 주장의 기준과 시점이 다르다.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2019년 11월8일 해군이 북한 오징어잡이 목선을 북쪽에 인계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돼지 잡듯이 하면 된다.” 어둠이 깔린 동해 바다 위, 오징어잡이 배 갑판에 세 명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조용히 속삭인 그들은 도끼와 망치를 나눠 들었다. 앞장선 하나의 그림자가 뱃머리로 향했다. 홀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선원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모습을 지켜본 두 그림자는 배 뒤편으로 달렸다. 경계를 서던 다른 선원을 쓰러뜨렸고, 곧장 조타실로 향했다. 잠을 자고 있던 선장과 몸싸움을 벌였다. 차갑게 식어가는 두 명의 선원과 선장을 바다에 던졌다.

배에는 19명이 타고 있었다. 둔기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남은 선원들에게 범행이 발각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그림자 하나가 선실로 들어가 자고 있는 선원을 두 명씩 깨웠다. 경계근무 교대를 해야 한다며 하나는 뱃머리로, 다른 하나를 배 뒤편으로 보냈다. 몸을 숨기고 이들을 기다리던 다른 두 그림자가 그들을 둔기로 내려쳤다. 시신은 바다에 버리고 바닥을 청소했다. 40분 간격으로 반복된 이 일은 해가 뜨기 전 마무리됐다.

오징어잡이 배는 2019년 8월15일, 함경북도 김책항에서 출항했다. 길이 16m, 17t의 이 배는 러시아와 북한 해역, 대화퇴 해역 등을 돌며 조업했다. 세 명의 그림자는 이 배의 선원들이었다. 배가 출항한 이래로 선장의 구타와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두 달 넘게 참아오던 셋은 10월 말, 한밤중에 범행을 계획하고 둔기를 들었다.

하룻밤에 16명이 해무와 함께 사라진 오징어잡이 배는 출항지였던 김책항으로 다시 뱃머리를 돌렸다. 그동안 잡은 오징어 등을 팔아 돈을 만들어 압록강 접경지인 자강도로 도망치기로 했다. 물건을 들고 배에서 내린 한 명이 육지에 닿자마자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 둘은 배에 시동을 걸었다. 뱃머리는 남쪽을 향했다.

2019년 10월31일 오전 10시13분, NLL(북방한계선) 남쪽 10여㎞ 지점에서 초계비행 중인 한국 P-3(대잠 초계기)에 북측 오징어잡이 배 한 척이 포착됐다. 해군이 출동해 배를 NLL 북쪽으로 몰았다. 다음 날인 11월1일 오전 3시38분께 배가 다시 NLL을 넘어왔다. 추적 감시 중이던 해군이 방송으로 귀순 의사를 묻고 경고 사격도 했지만 오징어잡이 배는 이를 무시하고 남과 북의 경계를 계속해서 위태롭게 오갔다. 다음 날 오전 10시16분 해군 특수전 요원들이 투입됐다. 선원 둘을 제압하고 배를 나포해 동해군항으로 압송했다.

7월12일 통일부는 2019년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때(위)의 사진을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3년 만에 바뀐, 같은 사안 다른 해석

사흘 뒤인 11월5일, 정부는 북측에 선원 2명과 나포한 선박을 넘기겠다고 통지했다. 선원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배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 16명을 살해한 이들에게는 당국의 추방 결정이 내려졌다. 통지를 받은 지 하루 만에 북측은 선원과 배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1월7일 오후 3시10분께, 정부는 판문점에서 선원 2명을 북측에 돌려보냈다. 오징어잡이 배는 다음 날 동해 바다 위에서 넘겨졌다(2019년 11월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11월15일 외교통일위원회 회의록, 통일부 브리핑, 국회 보고자료 등 종합해 재구성).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이 3년 만에 다시 정국의 한복판에 섰다. 같은 사안인데도 해석과 설명, 평가가 180° 다르다. 국회에서 시작된 논란의 불씨는 검찰과 감사원, 국정원, 각 정부 부처로 튀어 전방위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관련 절차를 무시하고, 법적 검토 없이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들을 강제로 북송했다고 주장한다.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된 정황이 나타난 만큼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던 흉악범을 추방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 주도의 진상규명 작업을 ‘신색깔론·신북풍 여론몰이’로 규정하고 전면전에 나섰다.

한쪽은 탈북 어민들을 남한으로 데려오기 전 발생한 사건과 과정을 근거로 추방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다른 한쪽은 남한으로 데려온 이후부터 북송까지의 과정을 문제 삼는다(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주장의 기준과 시점이 다르다.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법 해석도 엇갈린다.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는 전망과 혐의 의율(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부딪친다. 논란은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고, 곳곳에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진다.

통일부는 7월10일 탈북 어민의 북송 장면이 담긴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를 한 채 판문점 남측 대기실에 있다가 경찰 특공대에 의해 북측에 넘겨졌다. 사진에는 탈북 어민 중 한 명이 상체를 숙인 채 얼굴을 감싸며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옆으로 넘어지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경찰이 일으켜 세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통일부는 7월18일 이 장면이 담긴 3분56초 분량의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탈북 어민 2명은 2019년 11월2~3일 정부 합동신문(국정원 주도로 군과 경찰이 함께 조사하는 과정)을 받는 기간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합동신문을 받으며 자필로 보호신청서와 가족관계, 경력 등이 적힌 자기소개서를 썼다. 보호신청서에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남한에서 살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는 대통령실과 여권 공세의 핵심이다. 사진과 영상, 귀순 의향을 적은 문건이 탈북 어민들에게 ‘자진 월북’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남한에 귀순하겠다는 이들을 억지로 북한에 보냈다는 것이다. 북송되면 고문 또는 처형이 예상됐던 만큼 “과연 죽어도 되는 사람이 있느냐”라는 질문도 던진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통일부의 사진 공개 다음 날인 7월13일 “(탈북 어민들이)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 다르다. 이는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로, 낱낱이 진실을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과 민주당은 귀순 의사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라고 밝힌 적도 없다. 2019년 11월14일 통일부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철) 장관은 11월7일 국회 외통위에서 우리 해군에 의해 제압된 직후 ‘귀순 의사를 표명’했으나,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명확히 보고했다” “귀순 의사의 진정성 판단에는 추방자들의 귀순 의사 표명이 당연히 전제된 것임”이라고 적었다.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내비친 건 맞지만, 진정성이 없어서 북측에 돌려보냈다는 설명이다.

‘귀순 진정성 판단’은 탈북 어민들의 귀순 동기, 도피 행적, 남측으로 데려오는 과정을 종합한 결과라는 게 당시 문재인 정부의 설명이다. 2019년 11월15일 통일부가 국회 외통위에 제출한 보고 자료를 보면, 합동신문 과정에서 탈북 어민들은 동료들을 살해한 후 자강도로 도피할 계획을 세웠다고 진술했다.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해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했다가 공범 한 명이 붙잡혔고, 남측 동해안 쪽으로 도주했다. 이후 NLL 부근에서 해군 단속에 불응하다가 해군에 나포됐다. 남측에 내려온 목적이 귀순이 아닌 도피였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가 이들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북 어민 두 명을 남측으로 데려오기 전, SI(Special Intelligence·특별취급정보) 첩보로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북측은 김책항에서 체포한 공범을 통해 범행 과정과 동기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SI 첩보는 북측이 공범을 붙잡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한에 들어온 탈북 어민들은 합동신문 과정에서 범행 동기와 살인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두 명의 탈북 어민을 각각 분리해 따로 신문했는데, 진술이 일치했다고 한다. 2019년 11월15일 국회 외통위 회의록을 보면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첩보와 분리신문 진술 결과, 북한 반응이 모두 일치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북송 결정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 국내에는 북한 주민을 추방할 수 있는 요건이나 절차를 규정한 명시적 법률 자체가 없다. 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의 한국 정착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이다. 출입국관리법이 ‘강제 퇴거’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법이다. 남과 북의 특수한 관계 탓에 북한 주민을 명확하게 내국인, 또는 외국인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남한 정부는 북한을 국가로 대우한다. 북한은 1991년 남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받았으나 구속력은 유엔 내에서만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은 탈북 어민 북송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처벌도 보호도 애매한 현실

2019년 11월15일 국회 외통위 회의록을 보면,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도 추방 과정에서 적용한 법률은 없다고 했다. 김연철 전 장관은 북한이탈주민을 추방했는데 비보호 대상으로 구분해서 강제 추방한 것인가라는 질의에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난민법이나 출입국관리법을 검토하고 사례를 준용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 주민이라 그런 법들을 적용할 수 없다. 그렇지만 법의 취지라는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이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과 당시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관계자들의 말에는 현실적인 딜레마도 깔려 있다. 처벌도, 보호도 하기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2019년 정부는 탈북 어민들을 기소했다가 증거 부족으로 무죄판결이 나오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한다. 시신과 범행 도구를 바다에 버리고, 배를 청소했다. 유일한 증거는 탈북 어민들의 자백 진술뿐이었다.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살인 범행의 실체가 흐려져 무죄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당시 상황을 아는 정부 관계자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북으로 돌려보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북으로 돌려보내도 자백 진술만 남는 건 똑같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으면서 살인범으로 단정해 송환한 것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이중적 지위와 법 테두리의 모호한 틈 사이에서 갈등이 생겼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당시 어떤 법률을 적용·검토했든 정치적 판단, 자의적 판단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법 위반 주장에도 반박이 뒤따른다. 현재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이유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북송된 탈북 어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하게 갈린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은 탈북 어민을 흉악범으로 규정한다. 7월17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국내법상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추방해야 하며,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들의 살인 행각보다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북한 주민이 우리나라 땅을 밟고 귀순 의사를 전했다면, 우리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조사하고 그에 맞는 조치나 처벌을 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쪽 주장에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2004년 11월 판결에서 “개별 법률의 적용 내지 준용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특수관계적 성격을 고려해 북한 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 주민 등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면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판단해 추방에 문제가 없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2014년 수원지법은 탈북민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기는 등의 범죄를 저지르다 귀순한 탈북민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북한 주민이 북한 내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이 국내 형법으로 처벌한 것이다. 국민의힘 주장에 힘을 싣는 사례다.

문재인 정부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내법상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추방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공동취재

문재인 정부의 ‘북송 판단’은 사법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국정원은 7월6일 서훈 전 원장을 2019년 탈북 어민에 대한 정부의 합동신문 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시사IN〉 제775호 ‘독 될까 약 될까 윤석열이 쥔 양날의 검’ 기사 참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도 7월12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1·2차장, 국정원장 및 1차장, 통일부 장차관과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 등 11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7월1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국제형사범죄법 위반(반인도범죄 공모), 살인,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가 배당받았다.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최근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향서 작성 당시 녹화된 영상 자료와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북송의 근거로 탈북 어민들의 ‘귀순 진정성’을 들었던 만큼 이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은 조만간 서훈 전 원장 등 문재인 정부 측 안보 라인 인사들을 줄소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이 검찰에 접수한 고발장에는 통상 1~2주에 걸쳐 진행되는 합동신문이 서둘러 종료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례 없이 짧은 시간에 마무리된 점은 정부기관의 자체 판단이 아닌 청와대 대응의 결과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당시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장관들은 국회에서 “북송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 정보만 공유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합동신문 종료와 북송 결정에 당시 청와대가 개입됐는지, 개입됐다면 최종 책임자는 누구였는지, 그 행위가 직권을 남용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직권남용 혐의)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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