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20일 천하, 비대위 전환 속 이준석 반격 카드는?
“권(성동) 대행은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7월15일 권 직무대행과 공개적으로 만나 불화설을 부정한 지 사흘이 지난 후의 일이다.
권성동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 두 사람은 대선 기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며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7월15일 둘이 만난 자리에서 권성동 직무대행은 장 의원과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윤석열 정부의 탄생에 앞장선 만큼,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 당이 살고 정치인으로서 장 의원과 나도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당내 새로운 균열이 공식화된 건 7월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후다. 당을 수습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꾸리는 과정에서 이견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릴 수 있다.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당대표가 ‘궐위’된 상태여야 가능하다. 당대표가 ‘사고’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에서 직무를 대행한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당대표 ‘사고’로 결론지었다. 이 과정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6개월 이후 이준석 대표의 복귀가 가능한 직무대행 체제를, 장제원 의원은 비대위 또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화설이 일었다. 7월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의총)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결의했다.
의총에선 비대위 구성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한 소수 의견도 나왔다. 7월11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의총 직후 “(직무대행 체제로 가면) 6개월 뒤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그 6개월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굉장히 아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직무대행 체제로 결정된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빠르게 ‘권성동 원톱’ 체제로 정비됐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도 거세졌다. 권 직무대행은 7월15일 공영방송 KBS와 MBC를 겨냥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KBS와 MBC의 보도를 두고 “정권 부역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슈를 편향적으로 다루거나 쟁점을 왜곡한 사례가 가득하다”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를 두고 “자기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거 아니겠나. 당내에선 할 말 했다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권 직무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강릉 지역 지인의 아들 우 아무개씨가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점이 논란이 되자 “내가 추천했다. 장제원 의원에게 대통령실에 좀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한 10만원 더 받는데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우씨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후원금 1000만원을 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사적 채용’ 논란도 불거졌다.
‘윤핵관’ 지역구 방문한 이준석
새로운 당 지도체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수 의견을 냈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권성동 직무대행에게 권력이 집중돼 생기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직무대행 체제가 이럴 걸 사전에 우려했기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를 하자고 한 거다. 당에 안정감도 주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적으로 갈 수 있도록 뒷받침이 잘 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권 직무대행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잠잠해진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7월18일 김기현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집권당이 정권 출범 초기에 안정적인 지도체제를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니냐. 소수임에도 똘똘 뭉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임시체제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힌다. 이준석계로 꼽히는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정말 당의 안정을 위한 조언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7월20일 권성동 직무대행은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발언에 송구하다. 특히 청년 여러분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한다”라며 장제원 의원의 ‘경고’를 수용하고 진화에 나섰다. 같은 날 장제원 의원은 권성동 직무대행의 사과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며 “지금 지도체제 문제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가 사라진 이후 본격적으로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징계 직후 침묵하던 이준석 대표는 당내 혼란 속에서 최근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다. 징계 이후 광주-경남 창원-부산에 이어 강원 강릉 등을 순회하는 등 전국을 돌며 ‘당원과의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준석 대표가 방문한 곳은 호남을 제외하면 ‘윤핵관’으로 꼽히는 윤한홍·장제원·권성동 의원의 지역구다. 이준석 대표는 7월20일 기준 7900명가량이 자신과의 만남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TK 지역의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반복되는 당내 갈등을 우려스럽게 지켜봤다. “한쪽이 세력화를 해서 이겼다고 치자. 당을 이끌어나가려면 다 안고 가야지 누구랑은 친하고 누구랑은 안 친한 그런 당대표를 우리가 원하지 않을 거 아니냐. 공당의 대표로서, 내 편만 모아서 가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