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100일도 안 돼 추락.. '비대위 체제' 두고 내부 파열음
이준석계 "權 퇴진" 반발.. 여진 예고
국민의힘이 1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현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한 지 21일 만에 결국 비대위 체제로 선회했지만, 친이(친이준석)계의 반발에 따른 여진이 예상된다.
권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당이 비상상황에 직면했다. 돌파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의총 전 릴레이 간담회에서 현재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다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부터 초선, 재선, 3선 이상 중진별 간담회를 거쳐 의총을 열었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당 비대위 체제 전환에 공감했다. 반면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는 신중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權, 비대위 구성 ‘속도전’에 서병수 “요건 되면 전국위 소집”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 된 지 100일도 안 돼 구심점을 잃은 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른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비상대책위원회 도입 요구를 수용했지만, 곧장 비대위 불가론이 당내에서 제기되면서 당내 자중지란이 펼쳐졌다. 국민의힘은 1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도입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당헌·당규상 비대위 출범 조건,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 등을 놓고 이견이 나오면서 비대위 체제로의 실제 전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사퇴 선언을 이미 한 최고위원들을 모아서 사퇴는 했지만, 아직 사퇴서는 안 냈으니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비상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표결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1년간 경험해 온 논리의 수준”이라고 적었다. 친이(친이준석)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도 반대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로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집권여당이 대통령실 심부름센터도 아니고, 다들 대의명분에 의해서 움직여야지 왜 그저 권력을 좇으려고 대통령실 의중을 찾느라 바쁜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의총에서 난상토론을 거쳐 ‘직무대행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해서 지금 체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이후 하나도 상황 변화가 없다. 당헌·당규상의 근거도 없는데 다시 비대위로 전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서 의원은 최고위 의결이 있거나 상임전국위원 25명 이상이 요청하는 등 의장 소집 외의 방법으로 전국위 소집이 요청된다면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일각에선 ‘전국위’를 패싱하고 의총 결과만으로 비대위 구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돼 자칫 당내 기구 권한을 놓고 ‘2차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의총 참석한 權 직무대행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權 직무대행 21일간 구설수 이어져… “원내대표도 내려놔라” 퇴진론 분출
국민의힘 일각에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퇴진론이 분출하고 있다. 권 직무대행이 직무대행직뿐만 아니라 원내대표직도 사퇴해 당 혼란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권 직무대행은 퇴진 압박 속에서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지만, 리더십 상실로 사실상 위기 극복을 위한 진두지휘는 어렵게 됐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제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최고위 기능을 상실시키려고 순번을 정해 놓고 한 사람씩 사퇴한다”며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는 하고 직무대행은 내려놓고”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원내대표를 내려놓으면 직무대행은 그냥 내려놓아진다”며 “상식도 없고, 공정도 필요 없는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직무대행 체제로 당이 운영된 지난 21일 동안 당에 구설수가 끊이지 않은 점을 들어 권 직무대행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 직무대행은 장제원 의원과의 ‘형제의 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해명 과정에서의 ‘9급 공무원’ 발언, 윤석열 대통령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유출 등 연달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권 직무대행이 원내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친윤(친윤석열) 의원을 중심으로 직무대행직과 원내대표직은 별개라는 여론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욱·배민영·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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