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행정" 목소리 커지자.. "만5세 입학, 확정 아냐" 물러선 정부

안병수 2022. 8.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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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대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를 전제하겠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가 2020년 11월 실시한 범정부 온종일 돌봄 수요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재학생과 예비 취학아동의 보호자 104만960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만4559명(45.2%)이 돌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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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부총리 "사회적 합의 도출"
연령 하향안 반발 거세자 '달래기'
4년간 순차적 적용안도 수정 시사
"12년 걸쳐 단계 시행안 검토 가능"
한덕수 "다양한 의견 청취·반영을"
외고 폐지 놓고도 논란 가열 조짐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대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를 전제하겠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당초 4년 동안 3개월씩 취학을 앞당기는 안을 발표했지만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계 등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난 것인데, 유아·초등 교원부터 학부모까지 연일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파장이 지속할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부총리는 이날 예정에 없던 약식 브리핑을 열고 “(학제개편안은)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마련될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며 “여러 고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 당국은 이달부터 학제개편과 관련해 전문가 간담회와 2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민 설문을 준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4년 동안 5개 학년 출생아 입학’ 시나리오 역시 변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해마다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2025년에 2018년 1월∼2019년 1월생이 입학하고, 2026년에 2019년 2월∼2020년 2월생이 입학하는 식이다. 만 5세 유아들이 조기에 공교육체제로 들어오는 기조는 유지하되, 제도 연착륙까지 걸리는 과도기를 늘려 충격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교육계에선 유아 발달단계나 돌봄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행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40여개 교육·보육·시민사회 단체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학제개편안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영유아 교육과 보육체계를 붕괴시키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은 ‘초등 취학 연령 하향 반대’ 공동요구서를 대통령실, 교육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전달했다. 교총이 이날 전국 교원 1만662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학제개편안에 대해 89.1%가 ‘매우 반대한다’, 5.6%가 ‘반대한다’고 응답해 반대 비율이 95%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확충 등 사회적 인프라를 정비하지 않고 학제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가 2020년 11월 실시한 범정부 온종일 돌봄 수요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재학생과 예비 취학아동의 보호자 104만960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만4559명(45.2%)이 돌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돌봄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높았고, 예비 신입생 학부모의 70.5%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실제로 돌봄교실을 이용한 학생 수는 25만6213명(24.4%)에 그쳤다. 돌봄 수요는 많지만 부족한 인프라가 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 수가 많은 초등학교는 추첨을 통해 돌봄교실 이용자를 뽑고 있다.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의 한 유치원에 어린이들이 등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교육부의 외국어고 폐지 방침을 두고도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교육부는 이날 주간 정례브리핑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반면, 외고의 경우 폐지를 포함한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에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법률적 행위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응수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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