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고기 '무관세' 2주.."수입산 값 오르고 국내산 떨어졌다?" 정책효과 '갑론을박'

세종=박소정 기자 2022. 8.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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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입고기 할당관세 0% 적용 2주
"수입산 값 오히려 4%가량 올랐다"
"공급량 늘어나 국내산 값은 되레 빠져" 주장
정부 "8월 중순 값 봐야..한우 하락 별도 문제"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는 방안을 시행한 지 약 2주가 흐른 가운데, 정책 시행 후 오히려 수입산의 가격이 오르고 국내산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 후 통관과 유통이 이뤄지기까지의 시차를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정책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대형마트에 한해 정부가 이미 선제적으로 할인 동참을 요청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하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책 효과를 둔 정부와 업계의 입장차가 뚜렷하게 갈리는 가운데, 축산농가는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했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수입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고 있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율울 일시적으로 낮춰주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예로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는 당초 10.6%와 16.0%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이번 조치로 관세가 면제돼 수입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대형마트의 수입 소고기 매대. /뉴스1

◇ 축산업계 “수입산 가격 못 잡고 국산 육류값 하락 초래”

하지만 축산업계에선 고환율의 상황으로 할당관세 조치 시행 이후 수입산의 가격 안정 효과가 거의 없고, 되레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미국산 갈비와 호주산 갈비 도매가는 100g에 각각 4333원, 4459원을 기록했다. 할당관세 0% 적용이 시작된 지난달 20일에 비해 각각 2.5%, 4.4% 오른 것이다. 수입 삼겹살 도매가는 0.2% 증가한 1461원이었는데,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

반대로 국내산은 가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우 갈비 1등급 도매가는 100g에 6688원으로 같은 기간 1.1%, 국산 삼겹살값은 2621원으로 4.9% 낮아졌다. 업계는 일련의 국내산의 가격 하락 현상 역시 정부가 취한 무관세 정책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 여파로 대형마트들이 수입산 고기를 싼값에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국산 고기의 비축 분량이 늘어나 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국한우협회는 “특히나 한우 3등급의 경우 무관세 조치 후 10%가량의 하락률을 보였다”며 “수입육과 품질적 측면에서 대체 관계가 큰 3등급 한우고기가 무관세 수입육 통관 이후 그 충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손민균

◇ 농식품부 “8월 중순에야 가격 봐야…통계 기준 차이도”

이번 정책이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는 시차와 통계 집계 기준의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우선 할당관세 조치가 실제 유통으로 이어져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지를 보기 위해선 8월 초~중순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0일 할당관세 조치 적용 이후 수입산 소고기 품목이 처음 통관된 것은 지난달 25일 2600톤(t) 물량이며, 이것이 실제 유통되기까지 1~2주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요구한 자체적인 인하 조치 등도 해당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전체 판매 축산물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할당관세 조치 이전부터 수입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을 인하 적용하도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소비자가격 조사는 갈비 또는 갈비살에 대해 이뤄지는데, 대형마트가 현재 할인하는 품목은 소비자가 가정 소비용으로 많이 찾는 척아이롤(목심+등심)·등심·안심 등이다”라고 했다.

또 “돼지고기의 경우, 소비자가격 측정은 수입 냉동 삼겹살로 하고 있는 상황이나 수입 ‘냉장’ 삼겹살이 포함되지 않아 소비자가격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또 수입 냉동 삼겹살 수입국 중 할당관세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국가인 브라질·멕시코산 냉동 삼겹살의 경우 대형마트 판매 등 소매 유통이 극히 드물고 대부분 가공용, 외식·급식용 등으로 소비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광주 북구 망월동 한 축사에서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 “한우 값 하락은 추세 문제”라는 정부…축산농가는 대규모 시위 예고

한우 값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선 이번 할당관세 조치와 별개로 봐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한우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한우 사육 마릿수와 도축 마릿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하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기준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367만4000마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에 2만원 선이던 한우 가격이 올해 1만8000원 아래로, 2024년에는 이보다 더욱 폭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암소 감축 사업 등 한우 사육 마릿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축산농가의 사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료구매자금을 늘리고 융자 지원책도 강화했다”며 “한우 수급 안정 방안은 당연히 별도의 대책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적인 상황에 더해, 이번 할당관세 조치가 하반기 재고물량 급증을 부추겨 농가 구조조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축산업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대한한동협회·대한양계협회 등으로 구성된 ‘축산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서울역에서 ‘축산농가 총궐기 대회’를 열고, 정부에 수입축산물 무관세 철회, 사료값 안정화 지원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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