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高물가에도 '갤럭시Z폴드4' 가격 동결.. 대중화 승부 건 노태문 사장

박성우 기자 2022. 8.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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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월 평균 환율 1285원..전년比 13.7%↑
환율+물가 급등에 원자잿값, 물류비 인상
폴드4 가격 동결할 듯..사실상 인하 효과
단기 수익성 감소보다 중장기 '수요 확보'
대중화 나선 폴드4, 두께·무게·주름 개선
노태문 사장(DX부문 MX사업부장)이 지난 2월 삼성 갤럭시 온라인 언팩에 참석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오는 8월 10일 공개하는 폴더블(접히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4의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원자잿값 인상과 9%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 1300원대의 환율 상승 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전망됐지만,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가격은 동결이지만 물가상승, 환율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격을 인하한 것과 같다.

2일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4의 국내 출고가를 전작과 같은 199만8700원으로 동결하는 내용을 이동통신사와 협의했다. 갤럭시Z폴드4 저장 용량에 따라 256GB 버전은 199만8700원, 512GB는 209만7700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폴드3와 동일하다. 삼성전자가 가격을 동결한 것은 기본 모델(256GB) 기준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만원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 가격뿐만 아니라 해외 출시 가격도 전작과 비슷한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갤Z폴드4, 폴드3과 같은 199만8700원

문제는 최근 고환율과 고물가에 우크라이나 사태 및 공급망 교란 등 생산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보통 신제품 출시 2~3개월 전부터 대량생산에 돌입한다. 다음 달 출시를 예고한 갤럭시Z폴드4의 경우, 이미 5월에 부품을 공급받기 시작해, 6월 초부터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일 기준 1267원이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29일 1304.5원으로 2.95%(37.5원) 올랐다. 지난해 5월 3일 원·달러 환율은 1109.6원이었다.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원가(부품 가격)가 오르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갤럭시Z폴드4, 폴드3 시즌, 월평균 환율 추이(단위: 원)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물가 상승도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6%를 기록했다. 이는 1988년 8월 이후 거의 34년 만에 최고치다. 물가상승은 인건비 증가와 연결되고 특히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2조6200억원)이 전년(3조2400억원)보다 19% 급감한 것도 이러한 배경 탓이다.

여기에 장기화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에 따른 물류·공급망 타격, 글로벌 경제 불안 상태 지속 등으로 스마트폰 수요 부진도 우려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생필품이 아닌, 신형 스마트폰 구입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13억1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 고환율, 부품 수급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갤럭시Z폴드4의 가격이 못해도 7~9% 이상 인상되는 게 맞는 얘기 같지만, 가격을 동결했다는 것은 사실상 수익성을 줄이더라도 갤럭시Z폴드4를 대중화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결정된 것 같다”라며 “애플, 구글이 아직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에 폴더블폰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 단기 수익성보다 ‘폴더블폰’ 장악 복안

갤럭시Z폴드4 가격 동결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부품 수급 등을 고려해 갤럭시Z폴드4의 가격을 200만원대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최근 동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러한 결정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트폰 전체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폴더블이라는 차별화된 제품의 대중화가 중장기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플 아이폰이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졌다면,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가 잘 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영역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2' 초대장. /삼성전자

실제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폴더블폰인 구글 픽셀 노트패드(가칭)의 출시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출시를 선언한 후 세 번째 연기다. 부품 수급 등 폴더블폰 생산 생태계 구축에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폴더블폰 출시를 공식화 적이 없는 상태다. 사실상 당분간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가격뿐만 아니라 갤럭시Z폴드4의 콘셉트를 ‘폴더블폰의 대중화’로 꼽았다. 폴더블폰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오던 두께와 무게를 줄이고 주름을 개선하는 등 사용성을 높여 대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을 사실상 단종 수순에 들어간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이을 ‘스테디셀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갤럭시Z폴드4와 플립4 등 폴더블폰 판매량은 약 800만대로, 올해 판매 목표치는 1000만대 이상이다.

실제 노태문 사장은 지난달 21일 뉴스룸에 글을 기고해 “일부 소수 소비자를 위한 제품으로 시작했던 폴더블폰이 빠른 속도로 대세로 거듭나며 이제는 진정한 대중화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휴대하면서도 대화면을 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번 사용을 하면 일반 휴대폰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라며 “단점으로 지적된 사용성 문제를 개선해 좀 더 많은 사람이 폴더블폰을 사용해 점유율을 높인다면 구글, 애플 등 경쟁 기업이 폴더블폰을 내놓는다고 해도 선점 효과로 이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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