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한정' K리그 최고 라이벌전, 숨겨진 꿀잼 경기

이재호 기자 2022. 8. 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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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서로 접점이 없었지만 2022시즌만큼은 'K리그 최고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천FC와 경남FC는 감정적으로 엮인 라이벌전을 펼쳤고 짜릿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부천FC는 1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30라운드 경남FC와의 홈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이영민 감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민영기 수석코치 체제로 경기를 치른 부천은 14승5무8패(승점 47)로 4위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전반 16분만에 경남 고경민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부천은 4분 후 오재혁의 이대일 패스에 이은 패스를 김호남이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후반 5분 오재혁이 만든 PK를 닐손 주니어가 성공시켰고 닐손 주니어가 내준 PK를 경남 티아고가 실축하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부천은 후반 42분 송홍민이 30m이상 되는 지점에서 놀라운 프리킥 쐐기골을 넣으며 부천이 승리했다.

ⓒ프로축구연맹

▶2022시즌 한정 최고 라이벌인 이유

부천과 경남은 그동안 전혀 접점이 없는 팀이었지만 올시즌 한정 K리그 최고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는 4월 16일 양팀의 첫 맞대결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경기 하루전, 경남 골키퍼 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나머지 골키퍼 1명도 팔수술로 출전이 불가능했다. 경남은 경기 연기를 요청했지만 부천과 프로축구연맹은 경기 연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경남은 부천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골키퍼 없이 경기를 하는 초유의 일을 겪음에도 경남은 좋은 경기를 했다. 물론 승부는 후반 막판 터진 부천의 골로 부천이 이겼지만 결승골 직전 경남의 골키퍼 교체 상황에서 골키퍼 용품 착용에 시간이 걸리자 부천 쪽에서 심판에 항의를 하며 경남도 이에 항의해 언쟁을 펼치기도 했다.

가뜩이나 경기전 경기 연기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던 상황에서 경기 막판 코치진의 언쟁까지 겹쳐 첫 경기는 서로 분노를 많이 쌓은 상황에서 종료됐다.

그리고 지난 5월 18일 부천에서 열린 리매치.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경남 설기현 감독은 "지난 맞대결은 억울함과 분함이 있었다"며 노골적으로 부천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결국 경기는 경남의 1-0 승리. 경남의 분노가 부천을 잡은 것이다.

이 경기 직후에도 큰 사건이 터졌다. 코치진의 인사 중 언쟁이 붙었고 지나친 조롱에 부천 이영민 감독이 참지 못하고 경남 홍준형 수석코치를 몸으로 밀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영민 감독은 경기 후 심판에게 레드카드를 받았고 난장판이 됐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자제하겠다. 순간적으로 제가 참았어야 했다. 마치 지난 경기가 저희가 잘못해서 경기를 한 것처럼 (경남쪽에서)뉘앙스를 풍겼다"며 벤치 충돌에 대해 언급했다.

ⓒ프로축구연맹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준 지난 맞대결들

결국 이렇게 양팀은 첫 경기 연기 불발부터 두 번째 경기 벤치 충돌까지 이례적인 팀간의 감정적인 라이벌이 형성됐다. 마침 서로 원정을 가서 승리해 1승1패였던 상황. 자연스레 이번 부천에서 열린 세 번째 경기는 누가 이길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부천의 승리였다. 그것도 이영민 감독의 부재 속에 나온 승리. 경남 입장에서는 티아고가 페널티킥을 놓치고 직후 티아고의 헤딩이 골대까지 맞고 나오며 동점을 만들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경기였다.

주목되는건 '이후'다.

양팀의 경기는 이후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준 바 있다. 첫 번째 경기에서 경남은 패했지만 골키퍼 없이도 매우 좋은 경기를 했다. 해당 경기 포함 직전 10경기에서 2승2무6패로 추락하던 경남은 이 경기 후 10경기에서 5승4무1패로 완벽하게 반등했다. 실제로 설기현 감독도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그 경기 후 경남은 완전히 달라졌다. 팀 분위기가 달라졌고 선수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승리'라는 결과빼곤 모든걸 얻은 경기였다. 모든 걸 내려놓자 모든 걸 얻은셈이다"이라며 "내려놓은 그 경기가 반등의 시작이 되는걸 보면 인생이 재밌는 것"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반대로 부천은 두 번째 경기에서 경남에게 홈으로 0-1로 패한 후 부진이 시작됐었다. 해당 경기 포함 이후 7경기에서 1승1무5패로 한때 리그 1위까지 올랐던 기세가 완전히 사라졌던 것. 그나마 부천은 이후 반등에 성공해 현재 리그 2위의 성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격했던 경남전 패배 후 후유증이 컸다.

훈훈한 우애 좋은 라이벌이라기보다 정말 감정적으로 서로를 싫어하는 진짜 적을 상대하는 듯한 라이벌이기에 기대될 수밖에 없는 경남과 부천의 경기다.

경남과 부천은 오는 9월 17일 경남 홈인 창원축구센터에서 2022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부천이 2승1패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경남이 균형을 맞출지, 아니면 부천이 끝내 경남을 누르고 2022 라이벌전에서 승리할지 벌써부터 기대될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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