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수요자 고려 없는 정책은 실패한다/김성수 논설위원
尹 정부 지지율 급락의 한 원인
당정대 전면 쇄신과 더불어
국정기조 획기적 전환 더 시급
“뭐 좀 제대로 따져나 보고서 저러나? 그 중요하고 민감한 애들 ‘교육문제’를 어쩜 저렇게, 갑자기, 함부로, 마구 다룰 수가 있을까?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일을 저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말고를 떠나 이젠 기대를 좀 낮춰야 하는 건가.”
아는 분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2025년부터 만 5세로 낮춰 실시하는 방안에 대한 뉴스를 듣고 밝힌 소회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윤석열 대통령이 “시행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아니고 국정과제에도 들어 있지 않은 사안이다. 사전 공청회도 없었고 일선 교육감들과의 협의 절차도 생략했다. 심지어 교육부에서조차 내부 논의나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장관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불쑥 대통령 앞에서 공식화했다.
“여태까지 이거 몰라서 안 한 거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취학연령을 낮추려는 시도는 많았는데 실행에 옮겨진 경우는 많지 않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교육부는 뭐가 급한지도 모르나. 장관은 지난번 상처를 이걸로 만회하려고 나섰나. 도무지 일머리가 없는 것 같다.” 여론도 부정적인 쪽이 우세하다.
만 5세 취학은 찬반이 나뉘겠지만 논의해 볼 만한 과제다. 문제는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국민을 생각했다면 최소한 학부모나 관련 단체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 대안도 당연히 미리 준비해야 한다. 결론을 다 내놓고 나중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밀어붙이는 건 잘못이다. 지금이 ‘관(官)이 하는 일이니 백성은 따르라’고 윽박지르는 시대는 아니지 않나. 정책수요자인 국민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교육부 장관을 바꿔야 한다는 비난이 다시 거세지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총체적 위기다. 기존 지지층마저 급속히 등을 돌리고 있다. 20%대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이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지지율이 20%가 되면 관료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하고, 10%가 되면 측근들이 떨어져 나가고, 한 자릿수가 되면 탄핵 얘기가 나온다는 말까지 나온다. 출범 두 달여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급전직하했다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어제 발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선 국민 10명 중 7명(68.5%)이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상태에선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시급한 과제인 교육·연금·노동개혁 등 3대 개혁도 아예 물 건너가게 된다.
이런 와중에 여당마저 집안싸움으로 사분오열됐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겨 놓고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윤핵관’과 ‘이핵관’이 충돌하더니 이젠 윤핵관이 ‘권핵관’과 ‘장핵관’으로 다시 세포분열하듯 쪼개졌다고 한다.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전면적인 인적쇄신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홍보수석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인적쇄신은 “바꿔 보겠다”는 최소한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돌파의 근본 해법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초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출범 4개월 만에 최측근인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영준 기획조정 비서관을 전격 경질했다. 하지만 지지율이 50%대로 회복하는 데는 1년 넘게 걸렸다. 인적쇄신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기조를 바꿔야 한다. 한시가 시급한 민생정책에 올인하면서 ‘네 편’도 과감하게 발탁하는 국민통합형 인사도 해볼 필요가 있다. 소통의 아이콘이 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은 지속하되 윤 대통령의 발언을 사전에 좀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도 있다.
김성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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