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NPT, 전세계 핵위기 묘수 찾을까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8. 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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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美·中·日·러 등 100여국, 26일까지 회의
러, 우크라 침공 따른 핵전쟁 위기
中 핵전력 증강, 北 7차 핵실험 예고
비확산 노력에도 현실은 ‘거꾸로’
핵 비보유국들도 입장 차이 커
日 대표로 기시다 총리가 참석
지난 2020년 노벨 평화상을 탄 핵무기철폐국제운동(ICAN)의 활동가들이 9월13일 독일 베를린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북한 김정은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크를 쓰고 북한과 미국 간의 위험한 핵갈등을 항의 풍자하고 있다. 핵무기 반대 운동 조직들이 연합해 2007년 결성한 ICAN은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을 대체할 핵무기 원천 봉쇄의 핵무기금지조약(TPN)을 성안해 올 유엔 총회에 상정해 120국이 서명했으나 핵보유 9국 등 주요국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선호하며 새 조약을 무시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UN) 본부에서 전 세계 국가·지역 116곳이 참가한 가운데 핵확산금지조약(NPT) 10차 회의가 막을 올렸다. NPT 회의는 지난 1970년 발효 후 5년마다 열렸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된 탓에 이번에 7년 만에 열렸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무기 사용 위협, 중국의 핵 증강, 북한의 7차 핵실험 우려가 겹치면서 주목받고 있다.

미소 냉전기 때 만들어진 NPT는 발효 당시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대신 핵 감축을 의무화하고, 핵 비보유국에는 핵 제조나 취득을 금지했다. 각국의 원자력 평화적 이용권은 인정하되, 핵무기 개발로 전용되지 않도록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의무화했다. NPT엔 유엔 회원국 대부분인 약 200국과 지역이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비공식 핵을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85년 NPT에 가입한 북한은 1993년 탈퇴를 선언했다가 제네바 회담으로 잔류했고 다시 2003년 탈퇴를 선언했다.

올해 NPT 회의의 가장 큰 쟁점은 러시아 핵 위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이후 줄곧 핵 사용 위협을 반복해 NPT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핵 억지력 부대에 전투 태세를 명령했고 3월에는 크렘린궁 대변인이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이 있을 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보복 공격은 번개처럼 빠를 것”이라며 ‘핵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중단된 핵 감축 논의가 진척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전 세계 보유 핵탄두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는 작년 2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의 5년 연장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했으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중지됐다.

핵무기 350기를 보유한 중국은 아예 핵 감축 논의에 불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러시아가 먼저 중국 수준까지 핵 보유량을 감축하면 다국 간 군축 회의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오는 2030년까지 핵탄두를 1000기 이상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역사

7차 핵실험설이 나오는 북한에 대해 NPT 차원의 공동 제재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주도로 나올지도 미지수다. 미·일은 지난 1월 NPT 관련 공동성명을 내고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대량 살상 무기,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은 물론 관련 프로그램과 시설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CVID)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U 대변인도 지난달 29일 “NPT 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 움직임을 견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보유국을 압박해야 할 핵 비보유국들도 입장 차이 탓에 통일된 의견을 못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맹국들은 미국의 핵우산을 중시하는 입장인데 반해 오스트리아 등은 ‘핵무기의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난항 속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NPT 회의에 참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진하는 국제적 기운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며 “일본 총리로서 처음 NPT 회의에 참석해 쇠퇴 기운을 반전시키고 다시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러시아와 중국을 압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러시아를 향해 “오는 2026년 만료하는 ‘뉴스타트’를 대체할 신규 무기 억제 프레임워크를 신속히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한 NPT 가입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원으로서 (핵전쟁의) 오판 위험을 줄이고 불안정한 군사 역학을 해결할 대화에 참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언론 매체들은 “NPT는 주요 핵보유국 간 군축 협상을 주도하기는커녕 북한, 이란 등 추가적인 핵보유국 등장도 못 막는 상황”이라며 “마지막 날까지 공동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모스크바 AP/스푸트니크=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우방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왼쪽) 대통령과 함께 화상을 통해 군사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 참관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크루즈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전략 핵무기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NPT는 20세기 미소 냉전 와중 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대국들이 추가적 핵 확산을 막기 위해 고안한 국제 비확산 조약이다. 사진은 1945년 미국이 시행한 첫 핵실험에서 폭발 직후 발생한 버섯 구름. /미국 에너지부
지난달 참의원(상원) 선거 결과 발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도쿄 자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핵 위협에 일본이 자극을 받으면서, 기시다 총리는 1일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NPT 평가회의에 일본 총리로선 첫 참석한다. /AP 연합뉴스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따르면, 러시아와 미국이 세계 최대 핵보유국이며 중국이 셋째로 많다. 하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보유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350발은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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