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도서관 사물함, 추첨 떨어지면 2~3배 웃돈 거래

김은경 기자 2022. 8. 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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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해제후 이용자 늘고 전문직 시험 준비생들 많아져

“도서관 사물함 일정 금액 받고 책 3~4권만 넣게 해주실 분 찾습니다. 자리 차지 많이 안 하고 깔끔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최근 한양대 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작년까지 코로나로 이용자가 줄었던 대학 도서관 열람실이 공인회계사(CPA) 등 고시·자격증 준비생으로 다시 북적이면서 대학가에 ‘사물함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방학 동안만 사물함 양도해주시면 사례할게요” “4층 사물함 3만원에 양도해주실 분 찾습니다” 같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대부분 대학은 도서관 사물함을 월이나 학기 단위로 학생들에게 대여하고 이용료를 받는다. 한 달 기준 2500~1만1000원 수준이다. 보통 학기 초에 신청받아 배정한다. 그런데 신청자가 사물함 수보다 많다 보니 선착순 예약이나 무작위 추첨으로 사물함 이용자를 뽑고 있다. 올 1학기 연세대 도서관은 1인 사물함 사용 정원(568명)보다 많은 670여 명이 신청하는 바람에 추첨을 했다. 100명 정도는 사물함을 쓰고 싶어도 못 쓰게 된 것이다.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은 이용료의 2~3배 되는 웃돈을 얹어 구하기도 한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고려대 최모(25)씨는 이번 학기 열람실 사물함 추첨에서 탈락한 뒤 당첨된 다른 학생에게 3만원을 주고 사물함을 넘겨받아 쓰고 있다. 원래 이용료는 6개월에 1만5000원인데 두 배를 준 것이다. 최씨는 “전공 과목 책 무게가 한 권에 1.5㎏ 안팎이라 사물함 당첨이 안 되면 매일 5~6kg 되는 짐을 들고 다녀야 해서 웃돈을 주고라도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나마 방학이라 싸게 구했다”며 “학기 중엔 ‘사물함 양도 시세’가 10만원이었다”고 했다.

도서관 사물함 품귀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대학 도서관 이용자가 늘어난 데다 고시나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 시험 준비자 비율은 16.9%(70만4000명)로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15.3%)보다 1.6%포인트 늘었다. 그 가운데 고시·전문직 준비자는 3년간 6.7%에서 매년 올라 올해 11.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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