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産團 인력 50% 이상 외국인.. 지자체가 직접 모셔오기도
인천 남동공단·전남 대불산단, 베트남·태국 출신 숙련공 많아
산업계 "체류기간 더 늘려줘야"
인천시 남동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사는 생산직 직원 90여 명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회사 식당에서 태국어·베트남어를 듣는 건 일상이다. 한 임원은 “2018년엔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20%였는데 4년 사이에 배 이상 됐다”며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이들이 우리 회사 생산의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인천 등지에서 아파트를 짓는 한 건설사는 현장 근로자 4500명 중 2400명이 외국인이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전남조선해양전문인력양성센터 관계자는 1일 “조선업 협력사가 모여 있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 생산 인력 68%가 외국인 근로자”라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더 이상 임금 싼 근로자가 아니라 대체 불가한 기술을 가진 숙련 근로자가 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기술 분야에 해외 인재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3D 업종’으로 통하는 뿌리 산업, 조선업, 건설업, 농업 분야 같은 한국 경제의 밑바닥을 지탱하는 산업 분야는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부족해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 김포시 한 주물 공장의 송모(63) 대표는 “가끔 이력서를 넣는 한국인이 있지만 대부분 구직 시늉만 하고 실업급여를 타려는 사람들이라 뽑더라도 일하러 오지 않는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해 일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 인력 중 20~30%는 불법 체류자로 추정하지만 인력난으로 가려 받을 처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농촌에서는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농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경기도 한 지역의 농협 관계자는 “작년 추수철에 7명을 40일간 단기 고용했는데 전부 외국인이었다”며 “하루 일당이 15만원이지만 한국인은 지원을 안 해 외국인들 눈치를 보며 일을 맡긴다”고 했다. 배달, 택배 기사 등으로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유출되며 설거지 같은 식당 주방 일도 외국인 근로자 차지가 됐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주점을 하는 김모(40)씨는 “2020년 베트남인과 중국인 중년 여성을 1명씩 고용했고 지금도 외국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국인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해도 설거지는 안 하려 한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이 돌아오지 않자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에선 외국인 근로자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북 김천시가 필리핀, 충남 청양군이 네팔과 각각 협약을 맺고 현지 근로자를 초청하는 등 지자체가 직접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오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은 지난 5월 외국인 근로자와 지역 농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무원들을 통역관으로 지정해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인력난을 겪는 산업계에선 외국인 고용 제한 해제와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취업 가능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3D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은 사람들이다. 올해의 경우 정부가 발급하는 E-9 비자는 6만6000명 수준이다. 하지만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 현장에서만 한 해 22만여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다른 업종까지 합하면 외국인 인력 공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장 인력 상당수가 외국인인 조선업계 등에서는 현재 4년 10개월인 E-9 비자의 체류 기한을 5년 이상으로 늘려 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숙련공 대부분이 외국인인 현실에서 이들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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