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연속으로 무역수지 적자
對中 무역, 30년만에 3개월 연속 적자
우리나라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적자는 150억3000만달러(약 19조6000억원)로 금융 위기 때인 2008년(132억7000만달러)을 넘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 경제 성장 엔진인 수출 증가율마저 둔화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수출은 작년보다 9.4% 증가한 607억달러(약 79조원), 수입은 21.8% 증가한 653억7000만달러로 무역수지가 46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개월 내리 적자를 낸 건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이런 추세라면 무역수지 적자가 IMF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206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7월 수출은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증가하며 전월(25억7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 7월 배럴당 73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103달러까지 올랐고,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14%, 174% 급등한 탓이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지난달 수입액은 185억달러로 지난해 7월(97억1000만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1월 적자로 출발한 뒤 2월과 3월에 각각 10억2000만달러와 1억9000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4월부터 다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의 경우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석유제품·자동차·이차전지 등은 7월 수출이 월간 기준 역대 1위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석유화학과 일반기계·컴퓨터·디스플레이 등 8개 품목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2.5% 줄어들면서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30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 대도시 봉쇄 같은 단기적인 악재가 영향을 끼쳤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제품이 더 이상 중국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 대중 수출이 줄면서 무역수지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과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앞으로도 대중 수출은 늘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서 밀려난다는 느낌이 크다”며 “아세안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도 중국 부진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해 수출까지 주춤할 경우다. 올 들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던 수출은 지난 6월 5.2%를 기록한 데 이어 7월(9.4%)에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특히 지난달 역대 월간 기준 최고인 100억달러를 기록한 대미 수출도 계속되는 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미국 내 수요가 위축되면서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경기 침체 우려 같은 대형 변수가 4~5개 이상 동시에 발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각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지금 추세대로면 연말 무역적자가 3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가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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