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악기', 170명이 힘을 합쳤다

김성현 기자 2022. 8.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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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합창단, '바다' 교향곡 초연
악단 70명 등 총 240여 명 참여
'마지막 눈사람'도 세계 초연
1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본 윌리엄스의 ‘바다’ 교향곡을 리허설하는 국립합창단원들. 연습 중에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노래했다. /박상훈 기자

“바다를 보라! 끊임없이 요동치는 가슴, 그 위에 떠있는 배들을! 바람에 부풀어 초록과 푸른 빛으로 점점이 부서지는 그 하얀 돛을 보라!”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실. 국립합창단원 50여 명이 월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에 20세기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1872~1958)가 곡을 붙인 ‘바다’ 교향곡을 리허설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소프라노·바리톤 독창과 합창단까지 대규모 편성이 필요한 70여 분의 대작. 낭만적이면서도 장엄한 합창은 말러의 교향곡과도 살짝 닮아 있었다.

반주는 셋잇단음표가 이어지는데 노래는 8분 음표로 불러야 하는 까다로운 대목에서 단원들은 선율을 빼고 마치 시를 암송하듯이 읊조리면서 호흡을 맞춰 나갔다. 지휘를 맡은 윤의중 국립합창단 예술 감독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의 역경을 이겨내고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예술의전당에서 국립합창단이 이 교향곡을 한국 초연한다. 국립합창단뿐 아니라 광명·시흥·파주시립합창단까지 합창단만 170여 명이 참여하고, 클림 오케스트라 70여 명이 연주를 맡는다. 이어서 30일에는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에 작곡가 최우정 서울대 교수가 곡을 붙인 합창곡 ‘마지막 눈사람’을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심한 타격을 받았던 음악 분야인 합창이 조심스럽게 깨어나는 모습이다.

당초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던 인간의 목소리는 코로나 시대에 비말(飛沫)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가장 고통받는 악기’로 전락했다. 국립합창단 역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4회에 이르렀던 공연 횟수가 이듬해에는 27회로 급감했다. 지난해와 올해 46~50회로 다소 늘었지만, 아직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립합창단원인 베이스 주호남(51)씨는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노래하다가 청중이 객석에 돌아왔을 때 시선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그동안 합창단원들이 무대에서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면 사실상 삼중고(三重苦)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우선 마스크 자체가 방음판(防音板)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량(音量)이 줄어들고, 발성이 둔탁해지며, 마지막으로 고음을 지속할 때는 호흡마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지금도 리허설 때 마스크 착용은 의무 사항이다. 공연 당일에만 신속 항원 검사를 받고서 마스크를 벗는다.

내년이면 국립합창단도 창단 반세기. 최근에는 작곡가 이영조·우효원·오병희·조혜영의 한국 창작곡 등 11곡을 담은 음반 ‘위로의 목소리들(Voices of Solace)’을 펴냈다. 내년에도 작곡가 한아름·안효영의 창작곡들을 초연할 예정이다. 윤 감독은 “노래가 금지된 세상만큼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도 없다. 우리의 노래가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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