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곡물 수출선 5개월 만에 출항.. 식량난 숨통 트이나

김표향 2022. 8. 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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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출항을 알리는 우렁찬 경적 소리가 긴장으로 얼어붙은 항구를 깨웠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이 1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서남부 오데사 항구를 힘차게 떠났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는 "시에라리온 국적 화물선 '라조니'호가 옥수수 2만6,000톤을 싣고 1일 아침 오데사에서 레바논 트리폴리로 출항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흑해 항만에서 화물선 16척이 곡물을 싣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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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옥수수 실은 화물선, 1일 레바논으로 출항
국제사회 "식량난 해소 기대".. 러시아 공격은 변수
1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에서 시에라리온 국적 화물선 '라조니호'가 우크라이나 곡물을 싣고 레바논 트리폴리로 출항하고 있다. 오데사=AP 연합뉴스

“우웅~!” 출항을 알리는 우렁찬 경적 소리가 긴장으로 얼어붙은 항구를 깨웠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이 1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서남부 오데사 항구를 힘차게 떠났다. 흑해 항로가 열린 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5개월 만이다. 창고에 쌓여 있던 우크라이나 곡물이 다시 풀리면서 전 세계 식량 위기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는 “시에라리온 국적 화물선 ‘라조니’호가 옥수수 2만6,000톤을 싣고 1일 아침 오데사에서 레바논 트리폴리로 출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튀르키예(터키), 유엔이 흑해 항로를 이용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와 안전 보장에 합의한 이후 첫 번째 결실이다.

라조니호는 2일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설치된 공동조정센터(JCC)에서 선박 안전 점검을 받는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은 라조니호 출항 장면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우크라이나는 파트너들과 함께 전 세계 기아를 예방하기 위해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흑해 항만에서 화물선 16척이 곡물을 싣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부도 “합의된 곡물 운송 협정에 따른 절차와 해로를 준수하면서 다른 호송선도 뒤따라 출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세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에서 튀르키예 선박에 곡물이 선적되는 것을 지켜보며 각국 대사 및 유엔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데사=AP 뉴시스

흑해 항로 개방으로 우크라이나는 매달 곡물 500만 톤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곡물 공급이 끊겨 극심한 식량 위기에 직면했던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국들은 다소나마 시름을 덜게 됐다. 고공행진 중인 국제 식량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유 수출 세계 1위, 옥수수와 보리 수출 4위, 밀 수출 6위 국가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수개월간 러시아에 의해 봉쇄됐던 우크라이나 곡물이 오데사항을 출발함으로써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와 세계의 고통을 덜게 됐다”며 “러시아가 협정을 지킨다면 우크라이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크게 환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선박 출항은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인도주의 위기 상황에서 세계 식량 안보에 절실히 필요한 안정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세계 식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합의가 파기될 만한 위험 요인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핵심 전선이 동부 돈바스에서 남부 헤르손 지역으로 옮겨오는 상황에서 남부 항만에 대한 러시아 공격이 계속될 경우 흑해 항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전날에도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기업 중 하나인 니뷸론의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올렉시 바다투르스키가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에서 러시아군 폭격으로 사망했다. 오데사항도 곡물 수출 재개 합의 이후 두 차례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JCC가 안전 항로를 마련하고 선박을 인도하기로 했지만 선박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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