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 빛 공해, 밤을 되찾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신현태 2022. 8. 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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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태 평창주재 취재국장

빛 공해(Light Pollution). 인공 조명이 너무 많거나 밝아 야간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돼 사람과 자연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급속한 도시화 진행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야간에도 밝은 조명이 계속되며 빛 공해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수많은 LED조명 간판과 길가의 가로등, 건물이나 아파트의 실내조명,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 등 빛 공해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들은 갈수록 증가하며 현대인의 생활에 고통을 주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G20국가 중에서 빛 공해의 정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전체 국민의 89.4%가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의 빛 공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2월부터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빛 공해는 인간의 건강과 동식물의 생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조사에서는 빛 공해가 심한 지역에 사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한다. 또 인공적인 빛은 햇빛과 별빛 등 자연의 빛에 적응해 온 많은 동물을 혼란에 빠뜨리고 식물의 생장에도 악영향을 미쳐 가로등 아래의 식물이 자라지 않거나 열매를 맺지 못해 농업인들의 피해 민원이 매년 이어지지도 한다.

인공조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에서도 전국적으로 수많은 빛 축제가 열리고 도내 곳곳에서도 경쟁적으로 빛 축제를 개최하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기도 한다.

대도시 문제로만 여겨졌던 빛 공해가 지금은 농촌의 소규모 읍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공조명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촌마을의 소규모 읍면에도 화려한 조명들이 늘어나 농촌다움을 잃어가고 주민들은 빛 공해를 거론하는 지경이 됐다.

필자가 살고 있는 평창지역도 각 읍면의 주민 산책코스와 교량 등에 경관조명이 늘어나며 지금은 밤을 잃어버린 화려한 조명의 도시가 되고 있다. 평창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필두로 대화시가지의 대화천, 진부면 오대천 주변의 산책로에도 곳곳에 경관조명이 설치돼 밤을 환히 밝히고 있다. 또 이들 지역 강에 설치한 인도교에도 화려한 경관조명이 설치돼 멋진 야경을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조명등 불빛을 찾아 인근에 자생하는 하루살이 등 날파리와 나방들이 몰려들어 조용한 밤의 산책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민원으로 평창강 인도교의 화려한 조명등은 일부 꺼졌지만 남아있는 바닥 조명등에 몰려드는 날파리떼로 인해 벌레를 싫어하는 여성들과 어린이는 다리 위를 걷지 못하는 정도까지 됐다.

최근에도 일제강점기 평창강에 놓인 평창읍 구 상리교에 경관조명이 설치돼 화려한 야경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뉜다. 멀리서 보면 멋있지만 가까이 가면 눈이 부시고 수시로 바뀌는 빛깔과 빛흐름에 정신이 없다는 반응도 많다. 물론 산책로의 위험구간이나 우범지대 등에 밝은 조명이 필요한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폭염이 한창인 요즘, 대관령 정상의 구 대관령휴게소나 미탄면 육백마지기 정상은 더위를 피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들 관광객은 폭염을 피해 시원함을 찾아오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밤하늘의 별빛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별빛 향연에 빠져든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피해 조용한 어둠 속에서 온전한 평화와 안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골다운 밤과 어둠을 되찾아 주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밤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과 빛 축제가 대세인 시기이지만 빛 공해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온전한 평화와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골다운 밤과 어둠을 되찾아 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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