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쉼터는 위기다 -청소년 인권과 보호 사이

이명신 2022. 8. 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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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나 성폭력에 관한 사건은 일상화된 듯 그리 놀랄 만하지 않다.

특히 청소년 원조교제나 아동·청소년 그루밍, 가스라이팅 등으로 인한 성범죄 등에 노출될 수 있는 정황이 있을 때 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제한적이다.

가정 보호나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가정 밖 청소년들은 이러한 성착취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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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신 원주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나 성폭력에 관한 사건은 일상화된 듯 그리 놀랄 만하지 않다. 일반 가정에서 가족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청소년들보다 집 밖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긴 하지만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조차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기에 자립의 길은 멀고 험하다.

청소년 쉼터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31조에 근거해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해 가정, 학교, 사회로 복귀해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상담, 주거, 학업, 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365일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입소 청소년을 보호한다.

쉼터 입소 청소년 대다수가 부모와 갈등이 있거나, 보호자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였으나 최근 들어 집 밖 청소년이 되는 이유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부모에게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반대로 상황을 주도해 가출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쉼터마다 규정이나 규칙을 만들어 입소생들에게 생활지도를 하고 있으나 규범화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면서 쉼터 운영은 종종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특히 청소년 원조교제나 아동·청소년 그루밍, 가스라이팅 등으로 인한 성범죄 등에 노출될 수 있는 정황이 있을 때 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제한적이다. ‘N번방 사건’ 등 젊은 여성들을 성적대상 삼아 학대하는 일은 지금도 수면 아래서 법망을 피해 교묘하고도 집요하게 발생하고 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가정 보호나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가정 밖 청소년들은 이러한 성착취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쉼터에 입소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것들 외에 용돈은 지원되지 않는다. 미성년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밖에 나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목적성 교통비 외에는 받을 수 없으니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런 지점에서 청소년들이 성적 착취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성인 남성을 만나는 입소 청소년들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년 그루밍이나 가스라이팅 등에 의해 조종을 당하는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청소년을 만나고자 하는 성인 남성의 신분 확인이 어렵거나 위험한 정황이 예상돼 만남을 제한하려고 하면 아동 인권 침해, 아동학대 등의 이유를 달아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쉼터는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된다.

원조교제, 그루밍 성착취 피해로 청소년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도, 보호할 수도 없는 현실 앞에 쉼터의 고민은 깊어져 간다. 이러한 경우 청소년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 무너지거나 해체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쉼터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힘이 없다. 국가는 청소년이 성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관련 법안 입법 등의 조치를 통해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에 노출된 쉼터 종사자들이 범죄 전문가나 법조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는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쉼터 종사자들이 개인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더 늦지 않게 국가가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과 쉼터 종사자들을 보호해줘야 한다. 쉼터는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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