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16. 왕고들빼기 - 쌉싸름한 야생 채소 입맛 회복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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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죠?".
" 잘 지내기는 살맛 안 납니다." . 요즘의 일상적 대화 한토막입니다.
묻는 사람을 머쓱하게 만드는 '살맛 안 난다'는 말에 대부분 왜냐고 묻지 않지요.
실제로 왕고들빼기의 학명은 '인디언 상추(Indian Lettuce)'로 오래 전부터 야생 채소로 이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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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죠?”.“ 잘 지내기는… 살맛 안 납니다.” . 요즘의 일상적 대화 한토막입니다. 묻는 사람을 머쓱하게 만드는 ‘살맛 안 난다’는 말에 대부분 왜냐고 묻지 않지요. 하소연을 들어줄 처지가 못 되니까요. 질문자는 곧바로 화제를 돌립니다. “그래도 재밌게 사셔야지요”. 시쳇말로 영혼 없는 화법입니다. ‘경제는 엉망진창, 정치는 뒤죽박죽, 민생은 도탄지고(塗炭之苦)’. 상황이 이런데 재밌게 살라니…. 살맛 나는 일을 찾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입니다. 각자도생의 삶이 표준이 되어버린 듯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돌봄이 점점 더 얄팍해집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살맛이 없으니 입맛마저 잃기 쉽습니다. 혓바늘이 돋은 까칠한 입. 침샘을 자극하는 무언가 절실한 이 무렵, 논과 밭 강둑 산기슭에 왕성하게 자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왕고들빼기! 이른 봄 싹을 틔우는 이 식물은 6월 중순부터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불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잎과 줄기 뿌리에 상처를 내면 뽀얀 유액이 흐르는데 상추 진액과 성분이 같습니다. 실제로 왕고들빼기의 학명은 ‘인디언 상추(Indian Lettuce)’로 오래 전부터 야생 채소로 이용됐습니다.
김치와 부침, 겉절이, 쌈채 등 왕고들빼기의 쓰임은 다양합니다. 야생에서 채집한 잎을 풋고추, 액젓, 마늘, 파, 고춧가루, 매실 효소와 버무려 겉절이를 만들면 잃었던 입맛을 금방 되찾을 수 있지요. 쌉싸래한 맛은 고기와 잘 어울리고, 생채 그대로 비빔밥에 넣으면 야생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습니다. 연한 잎과 줄기는 나물로 무쳐도 좋습니다. 깨끗이 씻은 잎을 살짝 데친 후 기호에 맞게 된장, 들깻가루, 초고추장, 간장 등과 함께 버무리면 입안 가득 녹색 세상이 펼쳐집니다.
산와거(山와거)로 불리는 왕고들빼기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정도로 약효가 뛰어납니다. 사포닌과 비타민 E가 풍부, 고혈압과 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완화시킵니다. 토코페롤 성분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이눌린은 혈당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간 손상과 숙취 예방에도 효과가 커 애주가들에게 안성맞춤이지요. 동의학에서는 위장 장애를 치료하거나 소화제, 해열제로 사용했으며 생즙은 진정과 마취 작용이 있어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쯤 되면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식물! 건강수첩에 꼭 챙겨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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