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제2의 사드사태가 온다면
노골적으로 불만 쏟아내는 中
"삼성·SK에 손해" 겁박하지만
보복땐 자국 IT산업도 큰 피해
'탈중국' 尹정부 실력 증명할때
협박에 굴하지 말고 새판 짜고
요소수 등 취약점 대비 나서야
중국이 딴지를 거는 분야는 다양하지만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의 '칩4 동맹' 참여 여부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제2의 사드 사태'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다.
2016년 사드 사태의 파장을 고려하면 중국의 제2 사드 사태 겁박은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지난 사드 사태부터 제대로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흔히 과거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 무덤으로 바뀐 결정적 계기는 사드 사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사드 사태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도태된 근본 원인은 경쟁력 상실에 있다. 롯데와 이마트가 사드 사태 직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사실 그전부터 현지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 재중 한국 기업인은 "사드 사태가 없었더라도 중국에서 한국 제품의 위상 하락은 불 보듯 뻔한 미래였다"고 털어놨다. 한중 간 빠르게 좁혀지는 기술 격차,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주의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이런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제2의 사드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중국이 '제2의 사드 사태'를 운운한다고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차이나드림'의 환상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
이번 중국의 협박 대상이 반도체라는 점도 한국 정부에는 유리한 요소다. 중국은 범국가적으로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삼성과 SK의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이 멈춰서는 구조다.
물론 중국이 반도체 대신 요소수처럼 한국의 다른 약한 고리를 파고들 가능성도 있다. 큰 그림에서 한국이 제2의 사드 사태를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이 제2의 사드 보복을 노골적으로 입에 올리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주중 대사인 정재호 대사가 1일 부임했다. 이달 중순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찾는다. '탈(脫)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이제 진짜 외교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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