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문재인 정부의 과도했던 유엔사 강화 견제도 바로잡아야
안녕하세요, 최근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문재인 정부 시절 유엔사 기능 복원 시도가 장애에 부딪혔다”며 작심 비판해 관심을 끌었는데요, 마침 지난 7월27일은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기념일이었지요. 오늘은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과도했던 유엔사 견제와 이를 바로잡을 필요성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에이브럼스, 문재인 정부 유엔사 복원 시도 견제 작심 비판
우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발언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지난 7월27일 주한미군전우회와 한미동맹재단, 국가보훈처가 미 워싱턴에서 주최한 정전선언 69주년 기념 ‘동맹 평화 콘퍼런스’에서 “(유엔사는) 아무도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더러운 작은 비밀(little dirty secret)’ 같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두 달 만인 2018년 11월 부임했는데요, 그뒤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비롯한 비무장지대 출입 문제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여러차례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콘퍼런스에서 “(문 정부와의 마찰로) 내가 믿을 수 있는 요원들을 (유엔사에) 투입했다. (부임 당시) 유엔사 본부에는 소대보다 적은 35명만 있었다”며 “이를 70명으로 늘리려는 것이 내 노력의 전부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취약해진 준비태세를 복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유엔사) 재활성화(revitalization)를 지지한다고 5번 정도 말했다”며 “재활성화는 통상 한국에서 ‘강화’로 번역되는데 이게 불신의 뿌리였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내내 미군의 유엔사 강화 움직임에 대해 강한 불만과 불신을 갖고 견제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당시 주한미군 최고 책임자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된 것은 처음인데요, 이는 당시 에이브럼스와 함께 한미연합사에 있었던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최 전 부사령관 등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유엔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길 원했다”며 “청와대는 종전선언을 위해 유엔사를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유엔사 문제 청와대 반박했다가 군 고위층 질책받은 최병혁 전 부사령관
최 전 부사령관은 2019년12월 군 수뇌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는데요,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유엔사가 왜 작전 권한 확대를 시도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최 전 사령관이 반박하자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행사가 끝난 뒤 일부 군 수뇌가 그에게 “왜 쓸데 없는 얘기를 하느냐”며 질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문 정부의 강한 입장 때문에 ‘유엔사 재활성화’는 사실상 좌절됐다는데요, 그러면 이게 맞는 방향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 정부가 이런 입장을 취한 가장 큰 이유는 유엔사가 종전선언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외에, 미측이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겨준 뒤 강화된 유엔사를 통해 사실상 전작권을 행사하거나 ‘동북아판(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만드려는 ‘흑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따져보기 전에 유엔사의 성격과 역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유엔사(유엔군사령부)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창설돼 1957년7월 서울 용산기지로 옮겨온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영국·호주와 우리나라 등 6·25전쟁 참전국 중심의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평상시 정전협정·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하지만 우리 안보 측면에선 이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임무가 있는데요, 한반도 전면전시 전력(戰力) 제공국들로부터 병력과 장비를 받아 한미연합사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가 그것입니다.
◇ 유사시 우리나라 생명줄 같은 7개 유엔사 후방기지(주일미군기지)
전력 제공국은 미국을 비롯, 영연방국(영국·호주 등) 등 6·25전쟁 참전 17개 회원국인데요, 유사시 전력 제공국의 병력·장비가 들어오는 요코스카 등 7개 유엔사 후방기지(주일 미군기지)들은 우리나라의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유엔 대북 제재 강화 이후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독일 등 여러 나라가 함정과 해상초계기, 잠수함 등을 한반도 인근에 보내 북한 불법환적 선박 등을 감시하고 있는데요, 이들 함정과 항공기들이 유류 등 보급을 받고 있는 곳도 바로 유엔사 후방기지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이 된 미군측의 ‘유엔사 재활성화’(강화)는 지난2006년 시작됐지만 2014년부터 본격화했는데요, 이 때문에 정부와 군 일각에선 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이후에도 미측이 강화된 유엔사를 통해 여전히 전작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됐던 것입니다.
그러면 유엔사 강화가 정말 전작권 전환 추진과 우리 안보에 부정적이고 국익에 해가 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라도 유엔사를 해체하는 게 능사일까요? 전문가들은 미측이 우리를 배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유엔사를 강화하려 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미측은 우리에게 ‘유엔사 강화에 한국 측은 신경 쓰지 말라’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이젠 우리 보고 적극 참여하라 하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유사시 중국의 한반도 개입,간섭 견제에도 유엔사는 매우 유용
향후 북한 급변 사태나 전면전시, 또는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개입과 간섭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기구로서도 유엔사는 매우 유용한 존재입니다. 재임 시절 12만명이 넘는 유엔군(유엔평화유지군)을 휘하에 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20년11월 한국군사학회와 합동군사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2020 국제안보환경 평가와 한국의 생존전략’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유엔군의 활동이 있었지만 (실행력이 강하고 대응수위가 높은) ‘집행’(Enforcement) 차원은 6.25전쟁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유엔사의 의미를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연합 훈련 강화와 한미동맹 복원 등 안보 분야에서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문 정부 때 과도한 견제를 받았던 유엔사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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