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욕망과 연대를 풀어낸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손봉석 기자 2022. 8. 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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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각에서 욕망과 연대를 아우른 인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출간이 됐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원작 발리 카우르 Erotic Stories for Punjabi Widows, 작은미미·박원희 옮김, 들녘 펴냄)은 22살의 인도계 영국인 여성 니키가 스토리텔링 수업 강사를 맡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니키의 학생은 영국 내 인도 시크 교도 여성들로, 대부분 사별한 여성 노인이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이들은 평생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해두었던 성적 판타지들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수강생들은 저마다 숨겨 둔 스토리를 말하면서 웃고 우는 가운데 하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더 당당하게 세상과 대변할 수 있게 된다.

소설은 영국 속 인도 시크 교도들 공동체에 대한 풍부한 묘사로 희극적인 재미를 주면서 이 특이한 공동체의 ‘금기’였던 마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는 스릴러의 긴장감을 오가며 펼쳐진다.

책 속 이들의 표현은 타인에서 사회까지 점차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여성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울림이 있다.

이주 1·2세대 사이의 갈등, 디아스포라, 소규모 공동체 내의 성차별과 폭력 문제, 명예살인 등 무거운 이야기와 영국 속 인도 시크 교도 커뮤니티 집단의 독특하고 다양한 모습이 익살과 유머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국내판 번역은 미미시스터즈 멤버 작은미미와 박원희 작가가 맡아 원작의 골계미를 한글로 잘 이식했다. 인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머리에 터번을 두른 충직한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이들이 시크 교도 남자들이다. 이들의 아내들이 ‘답답한 남자’들 곁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책 곳곳에서 보여준다.

SF영화를 잘 만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제작사에 소설 판권이 팔려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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