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구례군 홍수 이후..지역 재건 계획에 '기후위기'란 단어는 한 번도 안 나와

강한들 기자 2022. 8. 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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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이라는 방향성 제시보다 단기간 대책에 머물러
유류 유출로 인한 피해에도 다시 화석연료 사용 제안하기도
2020년 8월 9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 소들은 전날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했다. 구례 | 권도현 기자

2020년 8월7~8일, 전남 구례군에는 이틀간 378㎜라는 폭우가 내렸다. 섬진강 물이 역류해 지류 중 하나인 서시천 제방을 무너뜨리면서 상가, 주택, 농지, 우사 등이 침수됐다. 구례읍, 문척면 등 섬진강에 가까운 5개 읍·면은 2층 주택까지 잠겼다.

구례군에서도 지난해 독일 아르강 유역 홍수처럼 유류 유출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 구례군 구례읍, 마산면에서는 총 15만2572㎡가 기름으로 덮였다.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벙커C유가 기름 탱크에서 유출됐다. 유류는 타르 상태로 변해 침전되거나 농경지·소하천·농수로 등으로 유출돼, 대규모 정화작업이 필요했다.

지난해 12월 구례군이 발간한 ‘2020 구례지역 섬진강 수해백서’는 구례군의 농경지 699㏊와 가축 1만5950마리가 피해를 보는 등 홍수로 인한 재산피해는 1807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의뢰를 받아 한국수자원학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 보고서’는 수해의 원인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기후위기 등 다양한 여건이 변화했음에도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댐관리 규정 개정 노력이 부족했던 점, 일부 댐에서는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겨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집중호우에 대응하지 못했던 점, 하천 유지관리가 미흡했던 점 등을 꼽았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에서도 더 잦은 집중호우와 더 큰 규모의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환경부가 2020년 9월 발표한 ‘기후변화로 인한 장래의 강수량 및 홍수량 증가 정도’를 보면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세기 후반(2071~2100년) 어떤 해에는 연강수량이 현재보다 41.3%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20 구례지역 섬진강 수해백서’는 지역을 재건하면서 ‘기후위기’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약 150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 ‘공공분야 피해복구’와 ‘민간분야 피해복구’ 장에 기후변화, 기후위기란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분야별로 ‘남은 과제’를 서술하면서 향후 있을 수 있는 홍수를 대비하는 내용이 조금 들어 있지만, 단기적 대응 수준에 그치고 있다. “홍수 발생 시 홍수위보다 높은 곳에 상수도 시설 부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든가 “구례문화예술회관은 주요 설비가 주로 지하층에 설치돼 있어 침수 피해가 매우 컸으니 향후 지대가 낮은 위치에 공공시설 건축 시 가급적 지하층 설치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가 고작이다.

유류 유출 사고가 있었음에도 다시 화석연료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해백서는 “침수지역 내 다수 농가가 오염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어 유류 유출사고가 다량 발생했다”며 “미세먼지 및 대기오염원 감소와 더불어 친환경 재배를 위한 청정연료 사용을 적극 홍보하고, 시설하우스 난방연료로 LPG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 사업이 시급하다”고 적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독일에서는 모든 정책에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관점이 녹아나서 재난에 대한 진단도 기후위기와 탈화석연료 관점에서 대안을 찾는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기후위기 적응이라는 일관성 있는 방향 제시보다는 ‘원상 복구’에만 집중해서 단기간 대책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기후위기는 100년 단위로 일어날 수 있는 규모의 홍수가 10년 단위로도 올 수 있게 만든다”며 “수해 복구 문제는 더 높은 강도를 예상하고, 더 많은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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