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의 '기적소리' 멈추나

가뭄 탓 수위 15년 만에 최저
원자재 선박 운송 어려워져
석탄 못 날라 발전소도 '비상'

폭염과 함께 찾아온 가뭄이 독일 에너지 위기를 부추길 복병으로 등장했다. 라인강 수위가 예년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원자재 등의 수상 운송이 어려워져 독일과 유럽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독일 수로해운청에 따르면 라인강 중상류 수상 운송의 길목인 카우브에서 측정한 수위는 지난 6월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7월 들어 70㎝까지 내려갔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박 운항을 위한 최저 기준인 120㎝에 못 미친다.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북해까지 사람과 물자를 잇는 유럽의 대동맥이다. 원자재부터 생필품까지 매년 1억9500만t의 화물이 네덜란드의 항구에서 출발해 라인강을 따라 프랑스, 독일의 산업단지와 내륙 곳곳의 도시로 운반된다.

라인강을 이용한 저렴한 원자재 운송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산업 강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 왔다.

독일의 경우 하천 운송이 전체 운송량의 6%를 차지하며 원자재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다. 독립 연구기관인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석탄, 원유, 천연가스의 30%, 철강 코크스와 석유 제품의 20%, 산업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11%가 내륙 수운으로 운반된다.

라인강 수위 저하로 수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독일 화물업계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운송 물량을 50%로 줄였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정보업체 ICIS에 따르면 최대 1000t의 선박을 동원하던 화학업체들이 최근에는 350t 바지선을 운송 상한선으로 잡고 있다.

2018년에도 이상기후로 인한 저수위로 132일 동안 라인강 수상 운송이 중단됐다. 당시 독일 전체 기업 3분의 2는 대체 운송수단을 찾아야 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2021년 보고서에서 “낮은 수위가 30일 동안 지속하면 독일의 산업 생산이 1% 감소한다”고 밝혔다.

라인강 수위 저하는 에너지 문제에도 기름을 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이자 독일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했지만 정작 전력회사들은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석탄을 제대로 운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