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절대권한 '특별사면권'에 국회 견제 미온적인 이유

허진무 기자 2022. 8. 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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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재용 등 광복절 특사 거론..대통령이 골라 '면죄부'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잠재적 수혜자..74년간 법 개정 3번뿐

법무부가 이르면 오는 9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행사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그동안 특정 정치인과 재벌 총수의 중대 범죄에 면죄부를 부여해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반복돼왔다. 법률을 통해 사면권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주기적으로 등장했지만,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스스로가 대통령 특사의 잠재적 수혜자인 까닭에 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15 광복절 기념 특별사면 대상자로 가장 앞줄에 등장하는 인물은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다. 그는 뇌물·횡령 혐의로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고 현재까지 2년8개월을 복역했다. 지난 6월에는 고령과 건강 악화 때문에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3개월 일시 석방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특별사면 대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지만 1년6개월만 복역한 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상태다.

대통령이 범죄의 종류를 정해 그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자를 사면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정 범죄자를 골라 사면하는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사면법이 제정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단행한 특별사면은 103회(감형·복권 포함)에 달한다. 일반사면은 9회(감형·복권 포함)에 불과하고 1996년 이후에는 아예 없었다.

특별사면권에 대한 제한과 견제는 입법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국회는 개정에 미온적이다. 사면법은 제정 이후 74년 동안 내용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정부의 개정안 발의는 1건, 국회의 개정안 발의는 46건 있었지만 실제 사면법 개정은 3차례에 불과했다. 제정 이후 60년 만인 2008년 개정으로 사면심사위원회를 도입했고, 2011년 개정으로 위원회 회의록을 사면 5년 뒤 공개하도록 했고, 2012년 개정으로 한자 용어를 한글로 바꿨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특별사면권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7년 논문 <정치적 특별사면과 사법정의>에서 “사면법에서 특별감형·복권만을 남겨두고 특별사면을 삭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적었다.

특별사면권은 정권이나 정치권 스스로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유혹적 권한’이다. 윤 대통령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이명박씨를 수사해 구속시켰음에도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그의 사면 필요성을 수차례 주장했다.

‘촛불정부’를 자칭한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사면했다. 박씨 사면으로 ‘부패범죄자는 사면하지 않겠다’는 공약도 스스로 파기했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1일 통화에서 “국회의원 자신이 혜택을 입는 사면권을 스스로 제한하는 입법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사면은 정치권의 ‘제 식구 감싸기’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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