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일본 화산 분화..한반도는 안전할까

조윤화 기자 2022. 8. 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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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공포 소설의 거장 H.P. 러브크래프트는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은 공포”라고 썼습니다.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심리학자들은 ‘불확실성’을 그 중 하나로 꼽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할 때 막막함을 넘어 두려움에 휩싸이곤 하죠.

최근 라노를 잠깐이나마 공포에 떨게 한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규슈섬에 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이틀 연속 분화했다는 소식. 사실 연초부터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규모 6 안팎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 화산의 폭발적 분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한국은 화산 안전지대라 할 수 있는지 라노가 알아봤습니다.

25일 일본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의 화산섬 사쿠라지마가 분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후 8시, 일본 규슈 남부에 위치한 화산섬 사쿠라지마가 분화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경계레벨을 최고 수위 ‘피난’ 5단계로 격상하고 분화구 반경 3km 이내 주민들을 대피시켰는데요. 일본 기상청이 2007년 분화 경계레벨 제도를 도입한 이래 5단계가 발령된 것은 이번에 두 번째라고 하죠. 분화구에서 튕겨져 나온 돌덩이는 2.5km 밖까지 날아갔다고 해요. 일본 학계에선 “최근 20년 사이 상위 3위에 들 정도로 보기 드물게 강력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쿠라지마 화산은 부산에서 남쪽으로 400km 거리에 위치. 이틀 연속 이어진 분화가 한반도에 혹여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걱정이 드는데요. 다행히도 전문가들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전병일 신라대 항공교통관리학과 교수는 “규슈 지방의 활화산 분화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려면 화산재가 남서 기류를 타고 4~5일간 이동해야 한다. 편서풍(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우세한 지금으로선 영향이 거의 없다”고 설명합니다.

2020년 일본 니시노시마 화산 분화 당시 분출된 화산재가 한반도 방향으로 확산 중인 것을 천리안 위성 2A호가 포착했다. 노란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한반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래도 안심하긴 이릅니다. 2020년 8월 부산에서 1400여km 떨어진 니시노시마 화산 분화 때에는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북태평양 고기압 기류를 따라 한반도로 번졌습니다. 당시 남해안 지역에만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화산재는 호흡기 질환 유발과 토양 산성화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유발합니다. 장윤득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화산재는 날카롭고 경도가 높아 항공기 내부로 유입되면 부품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기권 성층부로 상승한 화산재는 태양에너지의 유입을 막아 기상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경고합니다.

한반도에서 화산 분화가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윤성효 기상청 화산특화연구센터장은 “백두산·한라산과 울릉도에서 과거 1만 년 이내에 분화한 적이 있다. 미래에 분화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윤 센터장은 세 곳의 화산이 분화하지 않더라도 일본의 화산 활동이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한반도가 ‘화산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말하는데요.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백두산은 당장 내일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다. 분화 주기로 봤을 때 울릉도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해 라노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짧은 주기로 활발한 분화 활동이 일어나는 일본의 사쿠라지마 화산과 달리 수천 년 가까이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국내 활화산이 분화하면 그 파장은 ‘대재앙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2021년 7월 부산대학교 지구관 에서 과제 중간보고회를 진행 중인 화산특화연구센터. 화산특화연구센터


‘한반도 화산 분화’라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시스템은 잘 가동되고 있을까요? 기상청 화산특화연구센터는 분화 전조 현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이상 징후가 발결디면 행정안전부에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또 수치 모의실험을 통해 피해 면적을 추산합니다. 윤성호 센터장은 “기상청의 지진조기경보시스템과 행정안부의 지진대응시스템이 잘 준비돼 있다”며 “화산과 지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적극적인 교육 훈련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 활화산에 대한 지질조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기범 교수는 “꽤 오래 전부터 경주·포항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이 많았는데 본격적인 지질조사는 실제 지진이 발생한 뒤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국내 활화산은 향후 수천 년 뒤든, 수만 년 뒤든 반드시 분화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쿠라지마 화산이 분화한지 3일째 되는 날,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한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고층 건물이 흔들리고 도로 위에 바위들이 쏟아질 정도의 강진에 사상자가 속출했는데요. 환태평양조산대에는 전 세계 화산 75%가 몰려있습니다. 또 세계 지진의 90%가 이곳에서 발생합니다. ‘불의 고리’ 간접 영향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도 늘 경계태세를 유지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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